“치료가 중단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창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르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져서….”
엄마 김미숙(가명·38세)씨는 네 살배기 쌍둥이 형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다니던 재활병원이 지난 25일부터 임시 폐쇄됐기 때문이다. 매일 재활병원에서 치료받던 쌍둥이는 오갈 곳이 없어졌다. 갑작스레 임시 치료사가 된 김씨는 병원에서 봤던 동작을 떠올리며 쌍둥이의 몸을 주물렀다. 서늘한 방이었지만, 김씨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도예람·예랑(가명) 형제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세상 빛을 봤다. 임신 8개월 만에 1.6㎏의 미숙아로 태어난 쌍둥이는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1개월간 인큐베이터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장애인으로 살아갈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인큐베이터 생활을 했던 또래 친구들과 달리 형제는 돌이 지나도록 기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어쩔 수 없이 찾아간 병원에선 ‘뇌병변 장애’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김씨는 “진단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멍하니 눈물만 흘렸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울고만 있을 순 없었다. 뇌성장에 결정적 시기인 영유아기 때의 집중 치료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주변의 이야기가 김씨를 일으켰다.
앞뒤로 쌍둥이를 업고 안은 채 버스 타고 1년간 통원치료를 다녔다. 지난해엔 서울의 대학병원에서 4개월간 입원치료를 받았고 최근에는 재활병원에서 물리·언어치료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람이 예랑이는 다리 강직이 심해 꾸준히 보톡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형 예람이는 고관절탈구 증상이 있어 몇 년 안에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을 안 하면 척추가 S자로 변형될 가능성이 높다. 형이 척추를 붙드는 사이 동생은 사시가 심해지는 걸 막기 위해 6개월마다 병원에 가 치료를 받는다.
쌍둥이를 돌보느라 엄마가 일손을 거들 수 없어 생계는 오롯이 아빠의 몫이다. 매달 들어가는 치료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지만 장애인 등록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부 지원도 못 받고 있다. 갑작스러운 경련으로 응급실이라도 갈 때면 엄마는 병원비 걱정까지 겹쳐 심장이 두 번 덜컥 내려앉는다.
성장할 때마다 교체해 줘야 하는 발 보조기와 유모차형 휠체어, 워커 등 보조기 비용도 걱정이다. 현재 거주 중인 집으로 인한 대출이자도 상환해야 해서 통장은 늘 마이너스다. 열악한 상황이 늘 마음을 짓누르지만 김씨에겐 1년 전 가슴에 품게 된 신앙이 소중한 버팀목이다. 김씨는 “쌍둥이 돌보느라 교회에 자주 가지 못하는데 목사님이 집으로 찾아와 위로해 주시고 성도들도 단톡방에 우리 가족을 위해 기도해 줄 때마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의 기도제목은 역시 두 아들을 향하고 있었다.
“하나님. 우리 예람이 예랑이 열심히 치료 중이니 걷게 해주셔서 하나님의 자녀로 쓰임받게 해 주세요.”
의정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19년 1월 31일~2020년 2월 26일/단위: 원)
△새로운교회 100만 △박항래 40만 △김병윤(하람산업) 김홍태 노두태 김소자 한인호 20만 △손정완 김전곤 한정은 나한나 임혜정 배기연 최혜원 류은미 심지호 조동환 민계숙 인유자 10만 △이현희 김상희 조현옥 (주)인스월드 우만제 조점순 정인경 김근빈 박종철목사 한승우 연용제 김동수 양태현 이정자 5만 △김덕수 문산교회 정인숙 김득두목사김영순 김덕자 하정숙 이윤미 김정숙 황성열 김화자 3만 △김도연 김순덕 고은숙 김진수 박순종 2만 △황영제 김종수 김애선권사 사랑 김진일 1만 △권종선 정슬아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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