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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젠더는 ‘인간’을 이야기하는데 전혀 중요치 않다”

다음 달 7일 서울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연극 ‘언체인’을 선보이는 연출가 신유청. 그는 “연극을 만드는 것이 교양 수업과 비슷하다”며 “연극을 만들 때마다 중요한 가치들에 대해 배운다. 또 그렇게 만든 작품을 관객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눈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린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신유청(39) 연출가는 지난해 연극계를 달궜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와이프’ ‘그을린 사랑’ 등 화제작을 연달아 선보인 그는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으며, 굵직한 시상식에서 연출상도 거머쥐었다. 지난 19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수상은 그만큼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얘기다. 한 번 타니 또 타고 싶더라”며 웃었다.

다음 달 7일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선보이는 2인극 ‘언체인’도 그런 그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딸을 잃어버린 마크와 실종된 딸에 대한 단서를 쥔 싱어의 이야기를 그린 극인데,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며 숨막히는 긴장감을 안긴다. 2017년 초연 후 세번째 공연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입소문을 타며 흥행한 재연 때보다 한층 깊은 텍스트가 됐다. 신 연출가는 “초연은 선과 악이 단선적이고 거칠게 대립하는 구도였다면, 재연은 등장인물을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드는 데 공들였다. 이번엔 꿈이나 내면의 세계처럼 보였던 무대에 살아있는 듯한 현실감을 덧입혔다”고 했다.

또 이번 공연에서 처음 시도된 젠더 블라인드 캐스팅이 이목을 끈다. 배역의 성별 구분을 없애면서 안유진 김유진(마크 역) 등 여성 배우들이 새로 캐스팅됐다. 시대 흐름을 꿰뚫은 각색으로, 주제의식도 더 선명해졌다. 신 연출가는 “섹슈얼리티나 젠더는 ‘인간’을 이야기하는 데 전혀 중요치 않다”며 “여성이 극중 아버지로 불릴 때도 있다. 방지턱처럼 몰입을 방해하는 그런 덜컹거림을 통과했을 때 관객도 인간 실체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그가 선보인 작품들은 늘 따스한 느낌을 줬다. 작품 자체만이 아니라 소외된 이들을 응시하는 그의 연출 덕분이다. 독특한 무대 구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연극이 관객 삶에 스며들길 바란다. 그런 바람에서 겉치레 가득한 무대를 지양한다”고 했다. 언체인 역시 단정하게 꾸민 무대와 메인 오브제로 쓰인 메트로놈이 극을 고조시킨다.

모티브는 주로 ‘성경’에서 얻는다. 성경을 자주 읽는다는 그는 “성경 속 인물과 이야기를 보며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며 “연극도 이야기이고 삶의 은유라는 점에서 성경과 비슷한 면이 있다. 언체인을 범죄 스릴러가 아닌 죄와 양심의 이야기로 해석하는 데도 힌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신 연출가는 처음엔 연기를 공부했었다. 계원예고 재학 시절에는 선배였던 배우 황정민을 연습실에서 우연히 만나 입시연기 지도를 수차례 받기도 했다. 무대에서 곧잘 떨었던 그는 “자유롭게 무대를 꾸미고 싶은 마음”에 연출가로 길을 틀었고, 2008년부터 15편 정도를 선보였다. 지금까지는 주로 번역극을 연출해왔다. 그는 향후 “국내 창작극 토양을 일구는 데 보탬이 되는 연출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영국 희곡인 ‘와이프’를 윤색하면서 그 탄탄한 구성에 놀랐어요. 그런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탐났죠. 해외 작품들을 올려본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국내 창작극을 만들어 레퍼토리로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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