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4대 프로 스포츠(야구·축구·농구·배구) 최초로 리그 조기 종료를 결정하면서 다른 프로 스포츠들도 기로에 섰다. 리그 중단 상태인 한국배구연맹(KOVO)과 한국농구연맹(KBL)는 주초 시즌 조기 종료를 포함해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결정을 내릴 태세다. 리그 개막을 연기한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개막 시점을 조율할 전망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3일 서울 마포구 사무국 회의실에서 프로배구 13개 구단 단장이 참여하는 긴급 이사회를 연다. 나흘 전 이사회에서 KOVO와 각 구단 단장들은 리그 조기 종료 방안을 포함한 폭넓은 의견을 나누고 ‘어떻게든 결정을 내릴 때’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3시간의 강행군에도 구단 간 이해관계가 조율되지 못해 최종 결정은 내리지 못했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조원태 KOVO 총재는 19일 이사회 직전 “농구 등 다른 종목과도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사회적 분위기를 잘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WKBL이 20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다음달 6일까지) 추가 연기되는 현 상황에서 감염병 확산 방지에 동참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조기 종료를 결정했고, 21일엔 정세균(사진)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며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실내 체육시설 등은 앞으로 보름 동안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프로배구 입장에선 정 총리 담화문에 따라 다음달 5일까진 재개가 부담스럽다. 재개를 결정해도 체육관 대관이나 다음 시즌 일정을 고려할 때 총선일인 다음달 15일 전엔 리그를 마쳐야해 리그와 포스트시즌 둘 다 치르긴 어렵다. 거기에 타 종목 조기 종료 사례까지 생겼다. 이에 리그를 조기 종료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재개해야 하는 이유보다 중단해야 하는 이유만 더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함께 완료하긴 시간상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KOVO 관계자도 “19일 이사회에서 조기 종료할 경우 후속 대책에 대한 논의도 폭넓게 이뤄진 걸로 안다”며 “이번엔 어떻게든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KBL도 24일 제 5차 이사회를 개최해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2일 열렸던 4차 이사회에선 28일까지 리그를 일시 연기한 뒤 상황이 나아질 경우 무관중 경기나 수도권 지역 중립 경기를 치르자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정 총리 담화문 발표에 따라 리그 재개 시점이 더 연기되거나 조기 종료될 가능성도 있다.

KBL 관계자는 “WKBL 상황, 정 총리 담화문에 대해서 이사회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며 “초·중·고 개학도 연기된 상황에서 무관중으로라도 리그를 재개 하는 게 맞는 건지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전했다.

프로농구의 경우 플레이오프를 제외한 잔여 리그 경기(57경기)를 일정 그대로 치를 경우 28일이나 소요된다. 시즌 종료 후 선수 계약·등록 일정도 있어 5월 10일 전후엔 일정이 마무리돼야 하는 상황이다. 조기 종료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리그 일정 축소·변경 결정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는 24일 이사회를 열어 4월 중순 쯤으로 논의했던 리그 개막 일정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개막 일자가 확정될 경우 시즌 전 구단 간 무관중 연습경기를 치를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모일 걸로 보인다. 현재 각 구단은 자체 청백전만으로 시즌 준비를 하고 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