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 및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국제사회의 올림픽 연기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다. 하지만 연기 기간을 놓고 최종 결정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넘어 산’이다.
IOC는 23일(한국시간) 긴급 집행위원회를 마친 뒤 “코로나19 발병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집행위는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다음 단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도쿄올림픽 조직위, 일본 정부, 도쿄도와 전면적으로 조정해 연기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하겠다. 앞으로 4주 안에 논의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IOC의 입장 변화에 세계 체육계는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IOC에 이어 일본도 기존의 올림픽 강행 입장에서 선회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완전하게 치르기 어렵다면 연기는 하나의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한 형태란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도쿄 등 일본 내 개최 도시에서 33개 종목 선수들이 339개 금메달을 경합하는 기존의 방식을 말한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최초 계획대로 한다’만 주장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며 사실상 연기를 인정했다. 다만 모리 위원장은 도쿄올림픽의 취소에 대해서는 “일절 논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IOC는 지난주까지 올림픽 강행론을 고수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17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사흘간 33개 종목 국제단체, 선수 대표 220명, 각국 NOC를 차례로 만난 연쇄 컨퍼런스 콜(화상 회의)에서 “6월 30일까지 출전자 선발을 마치면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주·유럽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이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IOC가 강행할 경우 보이콧하겠다는 입장까지 피력했다.
올림픽 강행을 포기한 IOC와 일본이 대안으로 삼고 있는 것은 연기다. IOC는 홈페이지에 올린 입장문에서 올림픽 취소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취소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다만 연기 시기를 놓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45일, 1년, 2년 연기가 각각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편성된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와 겹쳐 시기를 결정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45일을 연기할 경우 9월 초로 넘어가 유럽 축구의 개막, 2022 카타르월드컵 대륙별 최종 예선 일정과 겹친다. 무엇보다 올림픽과 북미프로풋볼(NFL) 중계권을 모두 가진 미국 NBC방송과 IOC 사이에서 대립이 불가피하다. 9~10월 사이에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로 몰아치는 태풍의 변수도 무시하기 어렵다.
현재 세계 체육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대안은 1년을 연기해 2021년 여름 개최하는 것이다. 메이저 스포츠 이벤트의 한 시즌이 끝나 올림픽의 일정 조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등 일부 NOC를 중심으로 1년 연기 요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주올림픽위원회는 아예 1년 연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선수들에게 “내년 여름에 맞춰 준비하라”고 전달했다.
다만 이 경우 내년 7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같은 해 8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치러지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일정이 겹친다. 두 대회는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이 걸린 육상·수영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최대 이벤트다.
2년을 연기하면 메가 스포츠 이벤트들과 하계 올림픽이 같은 해 줄줄이 열리는 부담이 크다. 2022년에는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카타르월드컵 본선 등이 예정돼 있다. 당연히 하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줄 뿐만 아니라 각국 프로리그 일정 조정도 쉽지 않다.
김철오 이동환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