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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그래서 매식 투쟁!



벚꽃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그 꽃그늘 아래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었다. 얼핏 보곤 꽃구경 나온 이들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소상공인 긴급대출… 1000여명 장사진.’ 며칠 전 신문에서 본 사진에 이런 설명이 붙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주로 집에서 밥을 먹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고 있다. 그 사이 우리 가까이에서 장사를 하던 소상공인의 매출도 뚝 떨어졌을 테다. 살기는 어려운데 어쩌자고 봄은 와서 그 행렬을 더 처연하게 보이게 했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 쇼크로 작은 식당이나 가게를 하는 이들의 생계가 얼어붙었다. 이달 들어 서울에서만 음식점과 카페 등 1600여곳이 폐업했다. 업태별로 보면 한식당 274곳, 치킨집과 호프집 83곳, 경양식집 73곳, 분식집 62곳 등이었다.

며칠 전 기자도 이 통계를 실감했다. 지인과 오랜만에 서울 명동에서 저녁을 먹었다. 테이블이 50개도 넘는 식당이었지만 채워진 자리는 3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나올 때까지 손님은 1명도 더 들지 않았다. 밤 9시쯤 차를 마시려고 식당을 나섰다. 그러나 대부분 가게가 불을 끄고 있었다. 그 번화한 명동역 주변에서 문을 연 카페를 찾을 수 없었다. 지인이 말했다. “명동이 폐허가 됐네.”

그러니 겨우 가게 문을 열고 있는 주인은 손님을 애타게 기다릴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 취재진이 최근 서울시내 한 식당 주인에게 요즘 장사가 어떤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요즘은 예약 자체가 없어요. 월요일에 어느 분이 전화를 합디다. 예약할 수 있느냐고요. 내가 말 못했어요. 목이 메어서. 겨우 가다듬고 ‘손님. 무조건 오십시오’ 이랬습니다.”

부디 이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가길 바란다. 일단 저리로 대출을 받을 창구가 있다. 정부는 지난 25일부터 전국 62개 소상공인센터에서 긴급경영안정자금 접수를 하고 있다. 1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종업원 월급은 관할 고용노동청에서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최대 9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급한 돈을 그렇게 충당하지만 결국 가게를 유지하려면 손님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기업들이 있다. SK하이닉스 분당캠퍼스는 매주 수요일 점심 구내식당 운영을 제한적으로 한다. 대신 주변 식당에서 밥을 먹도록 경기도 성남 지역화폐 1만원어치를 나눠주고 있다. KT는 서울 광화문빌딩 인근 식당을 돕기 위해 주변에서 만든 도시락을 사내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도 지역 상권을 위해 온누리상품권 등을 구매해 직원과 협력사에 나눠줬다. 아르바이트 근로자의 노동조합을 표방하는 알바노조. 이 노조는 요즘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과식 투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이 식당에 가서 2인분이 아닌 3인분을 주문하는 과식으로 식당 주인들을 돕는 것이다. 벚꽃 나무 아래 그 긴 줄에는 직장 근처 백반집 주인아줌마가 있을 수도 있다. 가끔 장을 보던 동네 슈퍼 아저씨가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평소처럼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식당 주인은 종업원을 내보낼 이유가 없다. 식자재를 납품하는 중간상인의 매출도 덜 떨어질 것이다. 농부의 한숨도 줄어든다. 과식 투쟁은 자신 없지만 1일 1인분 매식(買食) 투쟁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동료, 가족, 지인과 가까운 식당에 가 밥을 사먹으면 되니까. 그래서 결심한다. 매식 투쟁!

강주화 산업부 차장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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