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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코로나 시대… 선교적 상상력으로 사역하라

국제방역사업단이 지난달 24일 인천 서구 한 교회에서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교회는 코로나19 이후를 위해 선교적 상상력을 갖고 사역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민석 선임기자




2015년 타계한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산업이 발전하고 고도화될수록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두려움과 불안감을 확장시키는 다양한 요소들이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는 ‘위험사회론’을 주창했다. 우리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20년이 지난 뒤 세월호 사건을 지켜봐야 했다. 2020년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공간을 뛰어넘는 위험사회의 글로벌화와 유비쿼터스화를 실감하고 있다.

울리히 벡은 두 가지 종류의 위험을 언급한다. 독일어로 선지식 없는 객관적 위험을 의미하는 게파르(gefahr, 영어 danger)와 예상하고 과감하게 극복하려는 위험인 리지코(risiko, 영어 risk)가 있다. 리지코는 스페인 항해술 용어에서 나온 단어다. ‘위험을 감수하고 나아간다’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한국교회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계속 위험의 일상화, 위험의 글로벌화를 경험할 것이다. 그러나 그 위험을 두려워 할 것인가, 아니면 인생의 향해 속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며 선교적 상상력을 갖고 파도를 헤쳐 나아갈 것인가의 선택에 따라 한국교회의 미래상이 달라질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선교적 섬김의 삶을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세계적 구약학자인 월터 브루그만은 그의 책 ‘예언자적 상상력’에서 “우리는 예언자적 상상력을 통해 지배문화 의식과 인식에 맞설 수 있는 대안적 의식을 끌어내고 키우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한다.

현시대에 한국사회의 지배문화 의식은 위험을 기회로 삼지 못하게 하는 두려움이다. 두려움이라는 지배문화 의식을 미래의 대안 의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한국교회가 가보지 않은 새로운 미래다. 한국교회는 어떤 선교적 상상력을 갖고 어떻게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경청의 신학’을 상상하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후유증이 남아 있어 사회적 거리뿐 아니라 정서적·영적 거리가 멀어져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교적 상상력을 통해 ‘하나님과 이웃과의 거리 좁히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위로(up) 하나님, 안으로(in) 교회 성도들, 밖으로(out) 지역 공동체와 사회, 수평적으로(of) 지역사회의 다른 교회들을 경청하는 ‘360도 경청’을 통해 거리를 좁혀야 한다.

예수님은 인간의 몸으로 성육신하셨고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셨다. 예수님의 성육신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경청 모델이다. 그분의 몸 된 교회도 성육신적 목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많은 한국교회가 공공성에 초점을 맞췄다. 선교적 상상력을 갖고 마스크를 보내고 다른 교회의 월세를 대납해 주며 교회 공간을 내어주는 섬김을 실천했다. 그러나 일부 교회는 내부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360도 경청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위험의 일상화, 위험의 보편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경청의 일상화, 경청의 보편화가 이뤄져야 한다.

작은 모임 활성화할 것을 상상하라

한국교회의 미래인 밀레니얼 세대들은 대부분 ‘디지털 네이티브’에 속한다. 코로나19를 통해 한국교회의 미래가 앞당겨졌다. 기존에 보편화되지 않았던 온라인 비대면 예배, 유튜브 활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이 보편화됐다. 사이버 공간의 예배는 이제 일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접근성을 담보하지만, 깊은 코이노니아 ‘공동체성’은 담보하지 못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내면적 신앙과 공동체성 회복이 중요해질 것이다. 존 웨슬리는 감리교회를 시작할 때 교회를 개혁하는 게 아니라 성서적 성결을 성취하기를 원했다. 독일의 경건주의자들인 스페너, 프랑케, 진젠도르프의 영향을 받아 ‘교회 안의 작은 교회’ 운동을 시작했고 밴드(Band)와 속회(class)와 같이 섬김과 코이노니아를 강조하는 소그룹을 활성화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진정한 교회론을 생각해 보면서 교회 안의 작은 교회를 상상해 봐야 할 것이다.

가족 회복을 상상해 보라

코로나시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우리는 가정 안에서 비자발적 가족 중심 문화를 경험했다. 존 폴 레더락은 그의 책 ‘도덕적 상상력’에서 “도덕적 상상력은 현실 세계 도전을 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해답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파편화된 세상에서 사회뿐 아니라 가정의 도전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코로나 시대와는 다르게 가정의 무너진 부분을 돌아보고 자발적·성서적인 가족문화를 회복할 상상력을 만드는 것을 기대해 본다.

주상락 (명지대 객원교수, 이롬 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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