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교사 출신이었기에 목회를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목회 초기에 단순하게 열심히, 성실히 일을 많이 하면 교회가 부흥하리라고 착각했다. 그 결과 많은 실수와 실패를 경험했다.
그중 하나가 교회에서 일을 많이 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믿음이 좋은 사람인 줄 착각하는 우를 범했다. 새벽부터 밤까지 가족도 팽개치고 오직 교회에서 먹고 자면서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일하는 목사라서 훌륭한 목사라고 착각하고 살았다.
수많은 실수와 실패 후에 코피를 많이 흘린 후에야 비로소 복음이 나의 병든 가슴을 수술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의 피 묻은 복음은 교회의 본질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해 주셨다. 그것은 내가 죄를 자꾸 짓기 때문에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죄인으로 태어났기에 계속 죄를 짓고 사는 것이라고 말이다. 내가 의롭고 선한 일을 많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의인이 되고 선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내가 의롭고 선하신 예수님을 나의 삶에 주인으로 모셔야 어제까지는 어두움이었으나 내 안에 계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내가 의롭다 칭함을 받는 것이라고 말이다.
복음은 나를 계속 변화시켰다.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선교사이기 때문에 선교를 하는 것이었다. 내가 빛이 되었기에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내가 태어난 고향 조국을 떠나 교차 문화권에서 살아가지만 이 땅에 초대 디아스포라로 본향을 떠나 찾아오신 예수님을 모셨기에 나도 디아스포라로 삶과 목회의 목적과 본질을 조금씩 깨달으며 회복되기 시작했다. 목회는 목회자의 깨달음의 수준만큼 그 부흥의 내용과 질이 달라진다.
건강한 교회, 선교적인 교회는 선교를 많이 하고 일을 많이 하는 교회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거듭 태어난 그리스도인, 건강한 사람을 배출하는 교회다. 초대교회 중 하나였던 안디옥교회는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을 배출했다. 건강한 그 사람들이 건강한 선교 사역을 감당했다. 선교는 변화 받은 자가 삶 속에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삶이지 프로젝트도, 이벤트도 연중행사도 아니다.
친한 대형교회 목사와 어느 모임에서 만나서 한 방에서 함께 자면서 나누었던 이야기가 있다. “호 목사님, 지난 한 해 우리교회에 등록한 성도가 500여명이 넘는데 세례 줄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내가 목회를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날의 대형교회가 복음으로 죄인들이 회개하고 거듭나게 해서 세례를 주고 있는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은 자신의 강함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쓰나미같이 몰려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나라의 기능이 정지되고 있다.
핵 항공모함 데오도어 루즈벨트호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했는가. 승무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건강을 잃어버리니 완전히 격리돼 아무런 힘도 못 쓰고 있지 않았는가.
많은 사람이 모인 큰 교회라 할지라도 성도들이 건강하지 못하면 영향력이 없어진다. 교회는 건강한 성도들을 세상 속으로 빛으로 소금으로 파송하는 ‘선교적인 교회’가 돼야 한다.
복음의 본질은 내가 하는 행위(doing)가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주지 못한다고 선포했다. 나의 정체성(being)이 정립돼야 나의 행위(doing)가 주님이 기뻐하시는 삶이 된다.
“너희가 전에는 어두움이더니 이제는 주 안에서 빛이라 빛의 자녀들처럼 행하라.”(엡 5:8) 나의 죄를 철저히 회개하고 빛 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더니 내가 빛이 됐고 그때부터 아주 작지만 세상 속에서 빛을 비추고 나눠주는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이 건강한 삶을 살고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 건강한 일을 하는 교회가 바로 선교적인 교회이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열심히 일함으로 정체성을 바꾸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을 비롯한 많은 이단의 특징 아니던가. 방송국 기자라고 위장하고 속여서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열심히 포교해서 한 사람이라도 끌고 오라고 가르치는 게 신천지 아닌가. 건강하지 않은 가르침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을 배출시키다 보니 가정도 사회도 파괴되고 있지 않은가.
교회가 건강한 선교적인 교회로의 변화되는 길이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죄인임을 깨닫고 철저히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거듭나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변화 받아 세상 속으로 파송되는 교회이다.
그 깨달음이 필라안디옥교회의 목회 본질을 회복하게 했다. 그러자 변화되고 세례받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6년 동안 복음으로 예수님을 영접하고 거듭나서 세례받는 그리스도인들이 1000여명이 넘는다. 그들을 계속 세상 속으로 파송하니 건강한 교회, 선교적인 교회라는 소문이 나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부흥, 내적이고 본질적인 부흥 아닐까.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