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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박자 리듬의 글쓰기’가 뭔지 어슴푸레 알 것 같아…





영화로도 유명한 소설 ‘흐르는 강물처럼’에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했다는 이런 말이 등장한다. “플라이 낚시는 10시에서 2시 방향 사이에 네 박자 리듬을 살려서 (낚싯줄을) 날리는 예술이다.” 여기서 “네 박자 리듬”은 낚싯줄이 수면에 부드럽게 내려앉도록 만드는 리듬을 의미한다. 금욕과 절제의 마음가짐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한데 글쓰기도 플라이 낚시처럼 “네 박자 리듬”을 띨 수 있을까. “네 박자 리듬의 글쓰기”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형태일까.

산문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를 읽으면 막연하게나마 “네 박자 리듬의 글쓰기”가 무엇인지 가늠하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글과 더불어 살아갈수록 더 아껴서 말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찾아온다. 부드럽게 사뿐히 수면에 내려앉는 라인처럼, 은유하자면 네 박자 리듬의 글쓰기이고 그건 어쩔 수 없는 희망이다. …가능한 한 소박하고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기를. 과장하지 않고 진솔할 수 있기를. 그저 첫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밤은 이야기하기…’를 발표한 작가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잠옷을 입으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같은 작품으로 주목받은 소설가 이도우. 이들 작품 가운데 ‘날씨가 좋으면…’은 최근 베스트셀러 순위 정상에 오르기도 했었다.

‘밤은 이야기하기…’는 이도우가 내놓은 첫 번째 산문집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책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도우의 팬이라면 작가가 ‘나뭇잎 소설’이라고 명명한 짧은 소설 9편도 만날 수 있으니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소설 ‘날씨가 좋으면…’에는 ‘굿나잇클럽’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클럽은 새벽이 올 때까지 잠 못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을 위한 “야행성 점조직”이다. 클럽 회원들은 일과를 마치고 서로에게 “굿나잇”이라고 말한다. 산문집은 이도우가 독자에게 건네는 “굿나잇” 같은 인사의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서문에 이런 글을 적어두었다. “(소설에서) 이름 모를 굿나잇클럽 회원들에게 무전 같은 일지를 쓴 책방지기처럼, 나 또한 이 책의 글들을 저 너머 어딘가에 있을 독자들에게 전해본다. 편안히 귀 기울여 들어주는 이들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지금은 깊은 밤이고,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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