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감독 알렉스 켄드릭의 사무실에는 여러 개의 액자가 걸린 ‘기억의 벽’이 있다. 액자 속 사진엔 “하나님을 위한 영화를 만들겠다”던 대학생 시절 켄드릭과 중국 난징의 한 고아 소년의 모습, 선로 위 지게차 등이 담겼다.
일관성 없어 보이는 이들 사진의 공통점은 켄드릭의 ‘기도 응답 증거’다. 켄드릭은 1999년부터 동생 스티븐 켄드릭과 미국 셔우드침례교회에서 목회자로 사역 중이다. 켄드릭 형제는 2003년 ‘셔우드 픽처스’를 세워 기독 영화 5편을 제작했다. 그중 하나가 역대 북미 기독영화 흥행성적 7위를 달성한 ‘워룸’(War room)이다. 기도의 힘으로 위기의 가족이 평화를 찾는다는 줄거리인데, 영화엔 ‘기억의 벽’처럼 기도방을 꾸민 주인공이 등장한다. 대학생 시절 켄드릭의 기도는 이렇게 응답받았다. 액자 속 중국 고아는 동생 스티븐이 입양했다. 지게차는 영화 촬영에 꼭 필요해 기도했는데, 마침 세트장 근처 주택에 방치돼 있었다.
켄드릭 형제가 쓴 단단한 기도공부(토기장이)는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기도 응답 원리 및 전략’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들은 기억의 벽을 보며 “하나님의 놀라운 공급과 세세한 인도의 손길을 생생히 느낀다”고 말한다. 이들은 기도 응답이 극히 희박한 확률로 일어나는 우연의 일치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리스도인이 성경 말씀으로 전략적으로 기도할 때, 인생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책은 기도와 관련된 성경 구절을 바탕으로 기도의 궁극적 목적과 유형, 기도를 통한 사역 방안을 소개한다. 공격·선제·방어적인 기도, 배우자와 자녀를 위한 기도, 거주 중인 도시를 위한 기도 등 세분된 기도 전략이 상세히 열거돼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예배를 드려야 하는 지금, 단연 눈에 띄는 기도 전략은 ‘비상 상황에서 드리는 특별기도’다. 저자들은 느헤미야와 에스더처럼 비상시국엔 밤새 간절히 기도하는 식으로 기도 수준을 높이라고 말한다. “평소 우리는 요식행위처럼 기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순간의 필요에 따라 기도의 수준을 높이고 더욱 간절히 기도하셨다.… 비상한 기도는 비상한 결과를 낼 수 있다.”
송준기 웨이처치 목사의 지키는 기도(규장)도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 전략을 담고 있다. 저자는 먼저 “15분간 인생 최후의 기도시간이 주어진다면 누구를 위해 어떤 기도를 하겠는가”를 묻는다. 이어 “누구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이왕이면 최후의 15분이 되기 전에 미리 기도하겠다. 오늘부터라도 매일 차곡차곡 기도해두겠다”고 답한다.
책에는 기도 습관을 들이는 법과 지키는 기도의 형태 및 위력을 알려준다. 목사인데도 매일 꾸준히 기도하지 못해 ‘퐁당퐁당 기도’를 하고 기도 없이 사역하다 탈진한 경험을 격의 없이 솔직담백하게 담아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책을 덮고 나면, 당장 가까운 이를 위한 ‘지키는 기도’가 하고 싶어진다.
칼빈과 함께하는 매일 기도(생명의말씀사)는 종교개혁가 장 칼뱅의 신·구약성경 주석과 ‘기독교 강요’ 속에 등장한 기도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도널드 매킴 미국 피츠버그신학대 이사다. 칼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로 칼뱅과 마르틴 루터, 디트리히 본회퍼 등 신학자의 명언을 발췌한 묵상집을 펴냈다. 이 책 역시 칼뱅의 글에 독자의 묵상을 돕기 위한 저자의 짧은 글을 덧붙여 제작됐다.
책에는 칼뱅이 직접 작성한 기도문이 15편 수록돼 있다. 대체로 분량은 짧지만, 신학적 깊이가 있어 울림을 준다. “죽음의 위협이 몰려와도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게 하시고, 마지막 소망의 불꽃을 잠재우기보다 우리 눈과 마음, 모든 생각이 생명을 연장하고 죽은 자를 살리시는 주님의 권능을 바라보게 하소서.”(‘주님의 권능을 바라보게 하소서’ 중) 또 ‘기도는 믿음의 단련하는 시간이다’ ‘타인을 위한 기도는 구호품과 같다’ ‘매일의 삶에 그리스도의 통치를 구하는 행위가 기도다’ 등 기도와 관련된 명언이 많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웃과 세상을 위해 더욱 뜨겁게 기도해야 할 때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