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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연 교회는 이기적?… 견딜 수 없는 분들 나오신 것”

김의식 치유하는교회 목사가 8일 서울 화곡동 교회 사무실에서 코로나19 위기 속에 고난주간을 겪는 심정을 설명하고 있다. 치유하는교회 제공


김의식 목사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계속 났다. 오후 2시 30분이었다. 고난주간 수요일인 8일 서울 화곡동 치유하는교회 위임목사실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점심을 먹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마태복음 6장17절이 생각났다. “너는 금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으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치유하는교회는 주일마다 교회 문을 열었다. 언론은 “예배를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김 목사는 “방역은 국민의 의무이지만, 예배와 기도는 하나님 백성의 의무”라며 둘 다 소홀히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유흥업소는 놔두고 교회만 단속하는 정부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교회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성도, 교회 주변에서 걱정하는 주민들 이야기를 하며 안타까워했다.

“예배를 모여야 할지 당회를 두 번이나 거쳤어요. 처음 투표에선 17대7로 예배를 드리기로 했고, 두 번째 투표에선 21대6으로 찬성이 더 많아졌습니다. 장로님들이 잘 받아주셨어요.”

어느 해보다 긴 사순절이었다. 매주 마음의 부담이 어마어마했다. 주일 교회 앞에 텔레비전 방송국 6곳에서 취재진이 몰려오고 구청 시청 경찰서에서도 교회 안팎을 오가며 주시했다. 일일이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끼고 이름을 적고 간격을 띄워 앉았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두 달을 버텼다”고 말했다.

“교인 중에서도 교회가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니냐고 말씀하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내가 그랬죠. 예배드려서 이익 보는 게 뭐가 있습니까. 오히려 더 질책받고 교인 중에도 반발 있고 걱정도 됩니다. 더 외롭습니다. 예배 중에 더 눈물이 납니다. 설교하다 많이 울었어요.”

그가 운 것은 훨씬 큰 교회들도 다 문을 닫은 상황에서 버텨야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거의 폐업 상태까지 간 자영업자 교인들, 회사에서 ‘교회 가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 위축된 직장인 교인들, 교회에 모이는 교인들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주변 주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사실 재산을 쌓아 둔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와도 상관없어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진짜 힘들죠. 저도 사례비를 30% 삭감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교회 재정도 20% 줄이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자고 했습니다. 교인들에게도 혹시 하나님의 복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면 이때를 위함이니 나누고 섬기고 베풀어야 한다고 권면합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예배에 참석하는 인원은 4분의 1로 줄었다. 그런데도 왜 모여서 예배를 드릴까.

“못 나오는 분들, 우려하는 분들도 이해합니다. 영상예배를 드리겠다는 분들은 그러라고 합니다. 하지만 예배당에 나와서 기도하고 예배할 때만큼 정성이 쏟아지지 않고 간절해지지 않는 분들은 마스크 쓰고라도 오시라고 문을 열었습니다. 예배당에 나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분들이 나오시는 겁니다. 우리는 기도와 예배를 떠나면 물을 떠난 물고기 같은 인생입니다.”

부활절이 다가온다. 김 목사는 누가복음 24장 1~6절을 본문으로 설교할 예정이다. 무덤 앞에서 근심, 두려움, 불신에 빠졌던 여인들의 모습이 코로나19로 감염의 두려움, 생계의 근심, 신앙의 위기를 겪는 우리의 처지와 같다. 부활의 믿음으로 일어나자는 메시지를 전할 작정이다.

“이번뿐이겠습니까. 바이러스 위기가 수시로 온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때마다 흔들릴 수 없습니다. 앞으로 교회는 방역과 예방도 철저히 하면서 신앙의 중심을 굳게 붙잡아야 합니다. 동시에 더 겸손하게 이웃을 섬기고 다가가야 합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처럼 우리도 섬기고 희생하다 보면 세상이 언젠가는 우리를 이해하고 마음 문을 열 때가 오겠지요.”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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