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타를 맞은 신작 영화들이 유통 플랫폼에 변화를 주면서 크고 작은 소동이 잇따르고 있다. 극장 중심의 기존 영화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발생하는 잡음이다.
영화관이 아닌 넷플릭스 직행으로 화제를 모은 영화 ‘사냥의 시간’(왼쪽 포스터)은 10일 190여개국에 공개 예정이던 출시 계획이 전면 보류됐다. 영화의 해외 판매를 맡았던 콘텐츠판다가 해외 배포와 관련해 배급사 리틀빅픽처스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8일 법원에 받아들여지면서다. 넷플릭스는 9일 “법원 판단을 존중해 콘텐츠 공개 및 관련 모든 행사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 여파로 2월 26일 예정됐던 개봉이 연기되자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택했다. 마케팅 비용 등이 소진됐던 차였다. 그러나 영화가 30여개국에 판권이 팔린 터라 해외 판매사와 배급사 간 분쟁이 시작됐고, 법원은 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천재지변 등 사유로 계약을 해지했다”는 리틀빅픽처스 주장을 기각했다. 국내 공개만 가능해진 넷플릭스는 콘텐츠 공개 전체를 아예 보류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오른쪽) 개봉을 놓고 소동이 일었다. ‘트롤’은 상업영화로는 처음 극장과 VOD 동시 개봉을 택했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주 관객층인 애니메이션 특성상 안전 문제를 고려하면서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인 CGV와 롯데시네마는 ‘트롤’을 상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화가 극장과 온라인을 통해 동시 개봉하면 생태계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극장 개봉용 영화는 2~3주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부가판권 시장에 공개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CGV 관계자는 “신작이 없는 상황이지만 극장과 부가판권 시장에서 같이 공개될 경우 혼란이 우려돼 상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영화는 VOD와 함께 메가박스 단독으로 29일 개봉하게 됐다.
영화 유통을 둘러싼 최근 소동들은 극장에 관객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활로를 모색 중인 영화들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일일 영화관 관객 수는 6~8일 3일간 1만명 대에 머물고 있다.
강경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