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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나비라서 다행이에요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가 맞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광대 근처에, 낯선 구멍 하나
어쩌다 눈이 세 개가 되셨냐고 물으니
내가 보고 싶어 그러셨단다
아프지 않으셨냐고 물으니
나비가 앉았다 날아간 정도라며 웃으신다
내가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해
침만 삼키고 있으니
까닭을 알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이원하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중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는 눈이 3개였다. 이유를 물으니 손자가 보고 싶어서 그렇게 됐다고, 아프진 않았다고, 나비가 앉았다 날아간 정도라고 말씀하신다. 시를 읽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뻐근해지는데, 적지 않은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 시집 안에 여러 편이다. 책날개에 담긴 ‘시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편지 아닌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 그 편지의 첫 문장이 이렇게 시작해요. 저 아직도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2020년 4월 이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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