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원작의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은 교회에서 기물을 훔친 뒤 붙잡히지만, 미리엘 주교가 은촛대까지 내주자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나는 누구인가’라며 절규한 그는 새 삶을 살게 된 후에도 은촛대를 보며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답변은 ‘당신은 세례를 받은 사람’이다. 책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세례의 참 의미를 전한다. 저자는 미국 감리교 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윌리엄 윌리몬이다.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하나님의 나그네 된 백성’을 공저해 국내에도 알려졌다.
저자는 세례가 세례받은 이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준다고 말한다. “그 정체성은 하나님이 교회 공동체를 통해 은총으로 주신 선물”이다. 정체성이란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라고 배워온 현대인의 상식을 뒤집는다. 세례의 초점이, 받는 내가 아닌 하나님께 있음을, 유아세례는 자녀에게 종교적 가치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전하는 것임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