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미래학자들을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대변혁을 예고하면서 그에 따른 대비책을 조언하고 있다. 위기 속 기회일 수 있다거나 한국의 위상이 격상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와 유사한 사태는 인류를 지속적으로 괴롭힐 것이며 코로나 이후의 세계로 가는 길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문명사의 전환이 될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선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종교가 무너진다, 복음으로 떠받쳐야
황성주 사랑의병원 병원장은 3가지를 전망했다. 종말론적 시각으로 도전적 삶 살기, 선교전략과 실행의 디지털화, 가정교회와 소그룹 공동체로의 신속한 전환 등이다.
황 병원장은 “종말론적 관점으로 도전적 삶을 살아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은 세계 선교의 결정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200개가 넘는 나라 사람들이 고통과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들의 상한 마음에 복음과 사랑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며 “지금은 마지막으로 열린 기회일 수도 있다. 그리스도인 개인과 공동체 모두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소통은 일상이 됐다. 황 병원장은 “모든 선교전략과 실행에 ‘디지털 변혁(Digital Transformation)’이 필요하다”며 “상황에 따라 재빨리 변하지 않으면 선교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근 터키에서 열린 스마트 사역 세미나를 예로 들면서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이용한 무슬림 선교에 다수의 성공사례를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세미나에 따르면 많은 무슬림 청년이 온라인에 접속해 복음을 접했고 중동 지역 교회들은 이들에게 2만권의 성경책을 보냈다. 황 병원장은 “지금은 무슬림 청년뿐 아니라 전 세계 청년들이 진리에 갈급해 있다. 사이버 세계에 빠진 젊은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비대면 복음 전파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빈틈없는 양육 체계를 갖춘 플랫폼을 동시에 공급해야 한다. 선교 대상을 잘 분석해 ‘기경-파종-추수’ 단계로 분류하고 대상에 맞춰 지혜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교회와 선교단체는 가정교회와 소그룹 공동체 형태로 신속하게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내놨다. 황 병원장은 “이슬람 세계에는 지진 같은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이슬람 역사에서 모든 모스크가 문을 닫은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는 알라신이 아니라 코로나를 무서워한다는 뜻”이라며 “세계적으로 종교의 3대 기둥인 성전 성직자 예배의식에 일대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즉 이슬람 등 기존 종교가 유지해 온 기둥들이 뿌리째 뽑히고 그 공백을 소그룹 공동체로 훈련받은 성도들이 복음으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 중심 신앙에서 사람 중심 신앙으로 바꿔야 산다. 초대교회처럼 흩어져 복음을 전하는 성도들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모든 성도를 사역자로 키워야 한다. 일대일 복음 전파와 일대일 제자훈련에 집중하자. 건물이 아니라 어디서든 예배하고 감사하고 찬양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선교에도 창의적 확장성 갖춰야
조용중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4차산업혁명시대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우리 앞에 도래했다”며 “교회와 선교단체는 창의성을 갖고 완전히 새로운 선교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협력과 나눔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서로 협력해 고통을 나누고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며 “시니어와 주니어 선교사들이 서로 멘토링 하면서 관계적 공동체를 형성해가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본격화될 경제 위기에 대한 대비도 주문했다. 교회 재정의 타격은 선교 후원에도 도미노 현상처럼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 사무총장은 “긴급 모금과 기금 마련 등을 통해 재정 위기에 대비하려 한다”며 “앞으로 비즈니스 선교는 필수가 될 것이다. 이에 맞는 모델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자리를 굳히며 ‘제1세계’가 된 한국을 바라보는 세계인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 K파워가 선교지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현장 선교사들은 현지인들이 과거와 달리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제SIM선교회 소속인 박성식 잠비아 선교사는 “이미 몇몇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선교사들과 접촉해 한국산 진단키트를 문의하는 등 한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선교사들은 현지인들의 아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한국과 현지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선교사는 “무엇보다 선교지 사람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신들과 고통을 함께했던 선교사들을 눈여겨볼 것”이라며 “봉쇄 속에서도 숨어있지 않고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한국 선교사들의 실천적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