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작곡가가 있다. 주인공은 박문치(본명 박보민·24). 박문치는 그룹 엑소 멤버 수호의 ‘사랑, 하자’, 가수 강다니엘의 ‘인터뷰’(Interview), 가수 정세운의 ‘데이 앤 데이’(Day & Day) 등을 공동 작곡했고, 지금도 또 다른 아이돌 가수의 신곡을 작업 중이다.
박문치를 만난 건 수호의 ‘사랑, 하자’가 여러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고 있던 때, 서울 독막로의 작업실에서였다. 그는 “내가 쓴 곡이 1위를 찍은 게 지금도 신기하다”며 미소 지었다. ‘사랑, 하자’는 박문치가 SM엔터테인먼트의 송 캠프(Song Camp)에서 작곡가 노데이·이아일과 함께 만들었다.
박문치는 “공동작업을 할 땐 내가 쓴 노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다른 가수가 부를 노래를 만들 땐, 제 색깔을 고집하지 않으려고 해요.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게 우선이죠. 요즘엔 가수 아이유의 음악에 빠져 있어요. 언젠가 아이유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박문치는 ‘뉴트로 천재’로 통한다. 지난달 발표한 ‘그 해 이야기’를 비롯해 ‘널 좋아하고 있어’, ‘울희액이’ 등 1990년대에 유행했을 법한 음악을 자주 선보여서다. 지난해엔 싱어송라이터 치즈, 스텔라 장, 러비와 함께 걸그룹 ‘치스비치’를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다. 그룹 S.E.S., 핑클 등 ‘탑골 요정’을 패러디한 팀이었다.
1996년생인 박문치는 어쩌다 90년대 음악에 빠져들었을까. 그는 미국의 전설적인 팝스타 故 마이클 잭슨이 계기였다고 말했다. “저에겐 마이클 잭슨의 음악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자연스럽게 ‘나도 이런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요즘 음악은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데, 옛날 노래는 귀가 아프지 않은 데다가 순수한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그의 공연장을 찾는 관객은 10대부터 4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박문치는 “10대나 20대 중엔 뉴트로 음악이나 ‘힙’한 분위기에 끌려서 오시는 분들이 많다. 반면 30대, 40대 관객들은 90년대의 향수를 그리워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뉴트로 열풍이 뜨겁던 지난해엔 가수 김현철의 ‘오랜만에’ 리메이크 버전을 편곡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발표됐던 노래를 새롭게 매만진 것이다.
박문치의 모토는 “재밌고 행복하게 음악하자”다. 박문치라는 예명도 “본명이 워낙 ‘노잼’이라서” 지었단다. 그의 유튜브 채널엔 그룹 트와이스의 ‘댄스 더 나이트 어웨이’(Dance The Night Away)를 복고풍으로 리믹스한 영상부터 세탁기 작동음에 맞춘 피아노 합주 영상까지 ‘B급 감성’의 콘텐츠가 많다. 그의 파격에 팬들은 ‘제정신으로 만든 영상이 아닌 것 같다’, ‘악마의 재능’이라며 환호한다.
“처음엔 걱정했어요. 사람들이 저를 ‘뉴트로 가수’로만 아는 것 같아서…. 그런데 아이돌 가수들과 작업하면서 저를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봐주시는 분들이 늘어 무척 감사해요. 지금도 곡을 써달라는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요. 제 꿈이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음악을 다 하면서 사는 거예요. 재밌고 ‘간지’나는 건 뭐든 해보고 싶어요.”
이은호 쿠키뉴스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