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특파원 코너] 중국의 코로나19 후폭풍



요즘 베이징시내를 돌아다녀보면 중국인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간다. 코로나19 발원지 우한에 봉쇄 조치가 내려진 지 3개월이 넘었고, 확산 추세가 진정된 지도 2개월 이상 지났는데 여전히 베이징시내 쇼핑가는 파리만 날린다. 중국 정부는 ‘업무 복귀와 생산 재개(復工復産)’를 독려하고 있지만 현장은 체감을 못하고 있다.

최근 시내의 한 쇼핑센터 중식당에 갔더니 60~70석 되는 홀에 손님은 3팀 정도밖에 없었다. 식사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문을 연 점포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물건을 포장으로 덮어놓거나 커다란 자물쇠로 문을 채워놓은 곳이 수두룩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다른 쇼핑센터는 그나마 발길이 간간이 이어지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물건이 치워져 텅 빈 점포 자리,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 잠긴 점포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도로에서 떨어진 상가는 아예 폐쇄된 곳도 적지 않다. 장기간 지속한 폐쇄적 방역 조치 탓이다.

중국은 1분기 경제성장률 -6.8%, 3월 도시 실업률 5.9% 등 수치로도 심각하지만 식당, 점포, 학원 등 자영업자들의 연쇄 도산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우려가 크다. 이미 중국 내 식당 10곳 중 9곳 이상의 수익이 전년 대비 절반도 안 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유명 식당들의 폐업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답답한 폐쇄식 관리는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시내 아파트는 출입증이 없으면 들어갈 수 없고, 아파트 단지 출입구도 1개만 개방한 곳이 대부분이다. 큰 아파트 단지는 가까운 출입구가 막혀 1㎞ 넘게 걸어야 하는 집도 적지 않다. 국내 각 성을 이동할 때도 ‘14일 격리’ 조치는 여전하다.

사실 우한 봉쇄 한 달 만인 2월 말부터는 수도 베이징 등 20여개 성·시에서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등 급속한 진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역유입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가 잇따르고 하얼빈시에서는 지역감염이 발생하는 등 돌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3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는 폐쇄식 관리 여파는 향후 중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중국이 무리한 ‘코로나19 발원지 떠넘기기’ 공세로 서방 국가들과 갈등을 빚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큰 패착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정보를 은폐해 코로나19 확산을 초래했다고 연일 압박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정상들도 일제히 코로나19 발병 원인을 규명하라고 가세했다. 미국에서는 중국 당국을 상대로 6조 달러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됐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호주에 “소고기와 와인 수입을 끊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여전히 강경 태세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자 유럽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썼는데 코로나19 발원지 갈등으로 허사가 될 위기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중국의 감춰진 이면을 적나라하게 들춰냈다.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의 구태, 14억 인구의 발을 묶는 무시무시한 통제력, 환자 통계 바꾸기 등 중국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중국은 코로나 방역에서 공산당과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확인했다고 주장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중국의 이질적 체제와 사고방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유럽의 대중국 인식은 코로나19 사태 전과 후로 나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우군은 남미나 아프리카 국가들로 축소될 수도 있다. 중국은 왜 코로나19 발원지 꼬리표를 떼려고 이런 외교적 고립을 감수하는 걸까.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