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했던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35·한국명 안현수)이 긴 선수 생활을 마치고 스케이트를 벗는다.
타스통신 등 러시아 매체는 27일(한국시간) “올림픽 6관왕인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이 은퇴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빅토르 안은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르 안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국적으로 금메달 3개(1000m·1500m·5000m 계주), 동메달 1개(500m)를 따며 대회 3관왕에 오른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였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를 5연패 하는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왼쪽 무릎 수술을 받은 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파벌 논란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대립하기도 했던 빅토르 안은 러시아 빙상연맹의 러브콜에 2011년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 국기를 달고 나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 3개(500m·1000m·5000m 계주)와 동메달 1개(1500m)를 목에 걸며 자신이 최강자임을 다시금 증명했다.
러시아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낸 빅토르 안은 한국에서 열린 2018년 평창올림픽에 출전해 올림픽 7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러시아 정부의 도핑 스캔들이 발목을 잡았다. 도핑 문제에 연루된 빅토르 안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금지 약물을 복용한 적 없다고 항의했지만 결국 개인 자격으로도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다. 이후 잠시 은퇴를 선언했던 빅토르 안은 월드컵 무대에 복귀해 얼굴을 보이기도 했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 빙상연맹과 팬들에게 보낸 편지에 “시즌을 준비하면서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스케이트를 계속 타려고 노력했지만 무릎 통증이 계속돼 경기 후 회복, 치료, 재활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제대로 훈련하기 어려워 더 이상 의지만으로 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해 은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그동안 빅토르 안을 국가대표팀 코치로 영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해 왔지만, 빅토르 안의 행선지는 중국이 될 수도 있다. 크라프초프 회장은 “현재 중국이 최고의 전문가를 영입하고 있다. 빅토르 안은 최고의 전문가 가운데 1명”이라고 전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