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야구팬의 80%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뚫고 먼저 개막하는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KBO리그) 중계방송을 시청할 의향을 드러냈다. KBO리그 중계를 대체로 환영하는 미국 내 여론을 나타낸 지표로 볼 수 있다. KBO리그의 국외 판권을 소유한 국내 미디어업체 에이클라와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은 중계권료와 더불어 실무 비용, 경기 기록의 지식재산권 등을 놓고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소식을 다루는 웹사이트 MLB트레이드루머스는 28일(한국시간) ‘KBO리그 중계방송을 시청하겠는가’를 묻고 4개 항목 중 하나를 골라 답변하는 방식의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후 8시30분 현재 참가자 수는 9667명이다.
응답자에서 가장 많은 40.00%(3866표)는 ‘시청하겠다. 지금은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를 택했다. 이어 ‘몇 경기를 시청하겠지만 꾸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7.98%(2705표)로 뒤를 이었다. 개막일을 확정하지 못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BL)의 대안으로 삼겠다는 취지지만, KBO리그 중계방송을 환영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가 시작돼도 KBO리그 경기를 시청하겠다’는 응답은 14.47%(1400표)로 나타났다. 세 항목을 종합해 KBO리그 중계방송을 적어도 한 차례 이상 시청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82.45%로 나타난 셈이다. 항목별 응답률은 실시간 온라인 투표로 집계되는 만큼 시시각각 바뀌지만, KBO리그 중계방송에 대한 긍정적 의견은 80% 안팎을 오가고 있다. 유일한 부정적 답변 항목으로 ‘시청하지 않겠다. 경기의 수준이 낮고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를 택한 응답자는 17.55%(1696표)에 불과했다.
2020시즌 KBO리그는 다음달 5일 개막한다. 한국은 코로나19 진정국면에 들어서면서 대만에 이어 세계 2번째로 프로야구 정규리그를 시작하는 국가가 됐다. 메이저리그는 아직 개막 시점을 확정하지 못했다. 5월 중순 이후로 잠정됐지만, 정규리그 개막 시점·방식을 놓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야구팬의 상당수가 KBO리그 중계방송을 요구하고 있지만, ESPN과 에이클라 사이의 중계권 협상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때 ‘무료 영상’을 요구했던 ESPN이 협상 방향을 틀면서 KBO리그의 미국 내 중계는 급물살을 타는 듯 했지만, 비용 문제는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난제로 놓여 있다.
야구계 관계자는 “경기 영상의 미국 송출, 영어 자막 작성, 경기 기록의 한국식 표기를 미국식으로 전화하는 작업처럼 중계방송 초기에 발생하는 비용을 놓고 ESPN과 에이클라 사이에서 논의가 계속되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 경기 기록의 소유권도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며 “양측에서 초기 비용 문제를 합의하면 KBO리그의 미국 내 중계는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