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어 공연 중 두 명의 배우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로 드러나면서 공연을 중지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을 재개했다. 작곡가이자 제작자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는 것에 경외심을 표하기도 했다.
‘오페라의 유령’이 공연되는 곳은 서울뿐이지만 얼마 전 이 작품의 25주년 기념 콘서트가 유튜브에서 48시간 동안 무료 공개됐다. 공개되는 동안 배우기금(The Actors Fund)을 위한 기부금을 받았고 무려 40만 달러가 모였다. 이 기부금은 약 3750명의 무대공연 예술가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유튜브 스트리밍(인터넷에서 음원과 영상의 실시간 재생)은 기부금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무대공연 스트리밍으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로 추정된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앤드에서 30년 넘게 공연 중이지만 ‘오페라의 유령’을 스트리밍으로 처음 접한 사람들도 많다. 공연장이 문을 닫은 후 사람들은 예술단체들의 호의로 스트리밍되는 오페라, 연극, 발레, 뮤지컬, 콘서트 등을 관람 중이다. 대부분 무료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는 전 세계 공연 스트리밍 일정을 모아 업데이트는하는 계정도 부지기수다.
문제라면 이 무료 공연 스트리밍에 나오는 배우와 창작자 등의 저작권이다. 영상 작업을 하는 동안 스태프와 창작진은 당연히 임금을 받지만 그 안에 박제되는 배우들은 물론이고 창작진 가운데 의미 있는 임금을 받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동안 영국 국립극단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각각 NT Live와 MET Live in HD라는 이름으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영화관에서 상영했다. 기존의 영화 티켓보다 세 배 정도 비싼 가격을 받았지만 MET Live와 달리 NT Live는 최근까지도 배우들의 출연료가 따로 책정되지 않았다. 두 단체는 코로나 사태 이후 영화관에서 유료로 공개했던 영상들을 온라인에서 기간 한정 무료로 풀고 있다. 무료 스트리밍이지만 배우, 연주자 등의 출연료와 창작진의 저작권료는 보장받을 수 있을까.
전국적인 배우노조(Actor’s Equity)가 있는 미국의 경우 극장이 셧다운될 조짐이 보이자 바로 오케스트라, 스태프, 창작자 길드, 영화 등의 노조들이 연합해서 제작자 및 정부와 협상에 나섰다. 이를 통해 스트리밍을 위한 임시 계약서를 만들어 배포했고 배우노조와 협의가 된 단체에만 초상권을 허락한다고 발표했다. 덕분에 사람들은 안방에서 무료로 공연을 보고 배우들은 적지만 정액의 출연료를 받는다. 미국의 배우노조는 1913년 설립됐으며 강성으로 유명하다.
이에 비해 영국은 출연 배우의 절반 정도만 노조에 가입되어 있으며 미국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한국도 공연예술인노조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사용자 측과 단체협약 협상을 하는 등의 실질적인 기능을 하는 대표단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배우들은 각개전투로 자신의 권리를 챙겨야 한다. 다시 말해 권리를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는 뜻이며, 그 권리는 제작자의 양해를 받는 데까지다.
무대공연은 영화나 스포츠와 달리 무대를 벗어나서는 큰 이익을 내지 못해 왔기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한 생계 유지는 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료 스트리밍이라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도 출연자들과 창작자들의 권리까지 당연하게 무료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영상 속의 화려한 그들과 달리 현실은 불꺼진 극장의 그림자 속에서 생계를 위협받는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공연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는 최근 내년까지도 극장 문을 열지 못할 것 같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현재 한국은 그나마 방역에 성공하 편이라 공연이 일부라도 꾸준히 올라오지만 극장 내 좌석간격 유지 때문에 흥행 전망은 어둡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 관객들이 극장으로 얼마나 돌아올지, 안방에서 전 세계의 무대를 보던 사람들이 그 즐거움을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다음 문제다. 코로나라는 혹독한 태풍 속에서 노조라는 우산이 없는 한국 무대공연 예술가들은 그저 홀로 실업이라는 비바람을 버티는 중이다.
이수진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