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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로 둘러싸인 언덕에 소통과 나눔의 방주를 짓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거룩한 씨 성동교회 모습. 건축사사무소 유오에스가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설계했다. 유오에스 제공






국민일보와 한국교회건축가회는 바람직한 교회건축 문화 확립을 위해 최근 교회건축 좌담회를 열었다. 이번에는 이를 위해 노력하는 4개 회원사의 교회건축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첫 회는 이만수 유오에스(designuos.com) 대표의 ‘거룩한 씨 성동교회’ 편이다.

교회 가는 길

이곳은 차가 오르지 못하는 달동네였다. 이삿짐은 사람이 나르고, 처음 오는 사람은 어느 길로 가야 목적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헷갈리는 미로와 같은 골목들이 인상 깊었던 곳이다. 지역개발로 인해 아파트가 지어지고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개설됐지만 지금도 경사가 만만치 않다. 교회에 가기 위해서는 경사진 언덕을 올라야 한다. 우리는 이 경사를 이용해 여러 층에서 진입이 가능한 건물을 설계했다. 지하 1층도 1층 같고, 1층도 1층 같고, 2층도 1층 같은 느낌의 건물이다.

‘365일 처치(church)’

43년 동안 산동네 꼭대기에 서 있던 성동교회가 지역재개발(옥수13구역)로 인해 기존교회를 헐고 새로운 터로 이전하게 됐다. 이 교회를 통해 교회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본질적 이유를 생각해 봤다. 교회는 예로부터 가난한 이웃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소금창고와 같은 곳이다. 많은 성도의 기도와 헌금으로 지어지는 건축이니만큼 목적성이 분명해야 할 것이다. 365일 중 52일만 사용하는 교회건축의 비효율성을 재고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수시로 개방 가능한 열린 교회를 계획했다.

떠 있는 돌

건축은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무언가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다. 산 중턱의 바위와 같이 비탈진 길에 떠 있는 덩어리(floating mass)는 지나는 이들에게 무언의 속삭임으로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해야 한다. 아파트로 포위된 성동교회는 공공시설 지을 땅 한 평 찾기 힘든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지역주민들을 위해 열린 공간이다. 각박한 아파트 주거와 부족한 편의시설로 소통에 불편을 느끼는 이웃들에게 농촌의 작은 마을회관처럼 서로 만나며 대화하는 사랑방과 같은 곳이었으면 좋겠다.

예배

경사만큼이나 땅의 모양도 특이하다. 반듯한 자리는 아파트에 양보하다 보니 한쪽 구석에 삼각형 모양의 땅이 교회부지로 남았다. 부채꼴 형태의 대예배실은 대지의 형태에 순응한 평면계획이다. 전통적인 장방형 예배공간보다 장점이 많다. 설교자와 회중 간의 거리를 15m 이내로 배치해 기계장치(영상+음향)의 도움이 없이도 예배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자 시도했다. 또 비교적 작은 교회건축이지만 층별로 다양한 공용공간들을 배치해 소통과 나눔을 할 수 있게 했다.

반응

이영훈 원로목사는 건물에 성서적 메시지를 담고자 했는데 잘 반영됐다고 말했다.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를 요청했고 인근 아파트와 차별하되 조화를 이뤄 지역 주민들의 자랑이 되길 원했습니다.” 최윤영 목사는 “우리가 밟는 땅 가운데 옥수동 528-4번지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성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차춘현 건축위원장은 “돌산에 교회를 짓는 어려운 현장여건 속에서 별다른 민원 없이 완성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면서 “설계를 맡은 유오에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유오에스 이만수 대표
“교회건축의 본질, 예배·만남의 장 극대화”

건축사사무소 유오에스 이만수(사진) 대표는 지난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회건축의 본질은 예배와 교제의 장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속주의 함정에 빠져버린 일부 교회를 보며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참된 교회의 모습을 생각해 볼 때 교회는 하나님과 만남이 이루어지는 예배의 장, 가족과 같은 성도들이 함께 모여 담소하며 먹거리를 나누는 만남의 장입니다. 유오에스는 예배와 교제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1969년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범건축, 해안건축을 거쳐 2002년 독립했다. 호텔, 백화점, 영화관, 할인점,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교회, 학교, 주택 설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적은 비용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건축에 관심을 갖고 건축 재료 개발과 마무리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유오에스(UOS)는 UNION OF SPECIALISTS의 약어로 탁월한 건축가들의 연합이란 뜻이다. 이 대표는 연합하는 것을 중시한다. “건축은 혼자 이뤄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여러 사람의 수고와 땀이 모여야 비로소 집 한 채가 완성됩니다.” 이 대표는 “좋은 건축은 이렇게 협력하는 과정이 있어야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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