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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현재 전세계서 오페라 할 수 있는 가장 운 좋은 연출가”

국립오페라단 ‘마농’을 연출하기 위해 내한한 프랑스 연출가 뱅상 부사르가 9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국민일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저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페라를 연출하는 ‘정말 운 좋은’ 연출가예요.”

오는 25일부터 4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오페라단의 ‘마농’을 선보이는 프랑스 연출가 뱅상 부사르는 이렇게 말했다. 9일 연습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부사르는 “국립오페라단의 용기로 성사된 이번 ‘마농’ 공연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오페라 공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서 세계 오페라계에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소설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가 작곡한 ‘마농’은 화려한 삶을 동경하는 평민 출신 소녀 마농과 귀족 데 그리외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총 5막의 대작 오페라로 합창단 60여명을 포함해 약 100명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에서는 1989년 김자경오페라단이 전막으로 첫선을 보인 이후 29년이 지난 2018년에서야 국립오페라단이 두 번째로 전막 공연을 선보였다.

세계 공연계가 ‘셧다운’ 된 상황에서 국립오페라단의 ‘마농’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에서 처음 무대에 오르는 대형 오페라이자 관객을 상대로 하는 공연이다. 유럽에서 최근 공연장이 재개하기 시작했지만 소규모 콘서트만 이뤄지고 있고, 대형 오페라는 과거 공연 레퍼토리의 영상물만 온라인으로 중계할 뿐 언제 라이브 공연을 올릴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국립오페라단은 지난달 15~16일 ‘나부코’와 ‘1945’의 주요 장면을 무대에 올렸지만 무관중 온라인 공연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마농’에는 전세계 공연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부사르는 “온라인 공연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하나의 방편일 뿐 오페라의 시스템이 될 순 없다”면서 “오페라는 결국 현장 관객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연습부터 방역에 철저히 신경쓰고 있다. 손 소독과 발열 체크 등은 기본이며 합창단원들은 투명한 필름으로 된 얼굴 가림판을 착용했다. 비말 전파를 차단하면서 연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국립오페라단이 마련한 것이다. 부사르는 “표정을 볼 수 있어 역동적인 연기 연습이 가능하다”며 “안전하면서도 편해 가끔은 가림판이 있다는 것조차 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의 부사르는 2001년 세계적인 지휘자 윌리엄 크리스티와 함께 퍼셀의 ‘디도와 에네아스’를 작업하면서 본격적으로 연출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프랑스, 독일, 미국, 오스트리아, 일본 등의 대표적인 오페라하우스와 페스티벌을 오가며 활동해 왔다. 국립오페라단과는 2018년 ‘마농’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이래 지난해 ‘호프만의 이야기’ 그리고 올해 ‘마농’ 재연까지 3년 연속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3주 전 입국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뒤 ‘마농’ 연습에 매진 중이다.

그가 2년 전 연출한 ‘마농’은 관능적이고 화려하면서도 절제미가 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다시 ‘마농’을 선보이는 그는 “관객이 직관적으로 극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사의 연결을 다듬고, 오페라의 핵심인 음악이 돋보이도록 드라마를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강렬해진 배우들의 하모니도 볼거리다. 2018년 공연에서 남녀 주역을 맡았던 손지혜, 국윤종과 함께 엄진희, 권재희가 새롭게 캐스팅 됐다. 부사르는 “한국의 방역 시스템 못지 않게 한국 성악가들의 준비성이 철저하다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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