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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넷플릭스 진출 5년의 교훈



“뉴스랑 스포츠 정도만 남지 않겠어?” 앞으로 10년쯤 후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디스토피아적인 관점에서 예측하면 이렇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 도달한 결론이다. 뉴스는 질적 수준과 상관없이 한국에서 발생하는 일은 한국 언론이 많이 다룰 수밖에 없을 것이고, 프로야구 등 스포츠 콘텐츠도 고정 팬층, 시차 문제 등을 고려하면 해외 콘텐츠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영화, 드라마 등 핵심 콘텐츠는 이미 주도권이 넘어갔다. 그 시발점은 2016년 1월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넷플릭스는 독특한 방식으로 성장했다. 영화, 드라마 판권을 사들여 제공하는 것 외에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자체 제작 드라마도 만들어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방송사가 아닌 동영상 플랫폼이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건 당시 미국에서도 생소한 것이었지만, 넷플릭스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던 때만 해도 국내 미디어 업계에선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수십년간 공고했던 지상파 방송사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영화 ‘옥자’를 시작으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더킹-영원의 군주’ ‘슬기로운 의사생활’ ‘하이에나’ ‘킹덤’ ‘인간수업’ 등 요즘 잘나간다는 드라마는 모두 넷플릭스 투자를 받거나 넷플릭스가 직접 만들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뿌리를 내리는 사이 지상파는 점점 위축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9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제작비, 광고 모두 감소세다.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를 내보내고 이를 바탕으로 광고를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가 깨지고 있다는 의미다. ‘디즈니 플러스’의 한국 서비스가 시작되면 국내 방송업계가 입게 될 타격은 더 커질 수 있다. 디즈니, 마블, 픽사 등 디즈니 플러스가 가진 콘텐츠 파워는 넷플릭스 이상이라는 평가다. 넷플릭스는 좋은 콘텐츠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시나리오 등을 보고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거액을 쏟아부었다. 제작 과정에서도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 제작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근 방송·통신기업 인수·합병(M&A) 간소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영상물 등급규제 완화 등의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내놨다. 수출용 스마트폰에 국내 OTT 앱을 탑재해 홍보하자는, 다소 시대착오적인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전략적 M&A, 콘텐츠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국내외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안타까운 건 5년 전에는 왜 미리 대비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201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를 불허했다. 기업들은 OTT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해외 사업자와의 경쟁을 위해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했지만, 정부는 “유료방송 시장, 이동통신 도소매 시장에서의 독과점 우려”를 이유로 이를 막았다. 기업은 미래를 준비하려 했고, 정부는 현재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규제 완화의 속도가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대다. 또 어떤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다가올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넷플릭스의 5년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경쟁에 국경도 업종도 의미가 없는 시대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준엽 온라인뉴스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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