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걷기나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 발가락이 저리고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을 보이는 ‘족지 신경종’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이름도 낯선 이 발 질환으로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족지 신경종(지간 신경종)은 발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 줄기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발에 외견상 별다른 특징을 보이지 않으면서 발가락이나 발의 앞부분에 딛기 어려울 정도로 찌르는 듯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질병 초기에는 증상이 순간적으로 발생하고 거짓말처럼 사라져 꾀병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통증은 사람마다 순간적이기도 지속되기도 하지만 일단 통증이 오는 순간에는 걷기가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가장 흔히 발생하는 부위는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이다. 해당 발가락이 찌릿찌릿하거나 이상한 감각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 ‘전족부’라고 불리는 발바닥의 두툼한 앞부분에 화끈거림이나 전기가 오는 것 같은 통증을 겪기도 한다. 발등이나 발가락에 쥐가 난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이 24시간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딛고 서는 순간, 신발을 신는 순간이나 걷다가 느닷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배서영 인제대 상계백병원 족부·족관절센터 교수는 6일 “증상은 점차 만성화될 수 있어서 오래 걷거나 스포츠 활동 후에 발생하고 장시간 지속되기도 한다”며 “신발의 종류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데 굽 높은 신발, 바닥이 얇은 신발, 코가 좁은 구두 등이 대개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엄지나 다섯 번째 발가락에 동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따라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발가락이나 그 근처 발바닥에 통증이 있다면 족지 신경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많이 걷고 난 후 혹은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들 세 발가락과 그 근처 발바닥에 심한 통증이 생겼다면 우선 서 있는 시간을 줄이고 조이거나 앞쪽으로 체중이 실리는 신발을 신지 말아야 한다. 쉽게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배 교수는 “치료는 신발 교체와 활동의 조정, 발가락 운동, 약물·주사 치료 등의 비수술적 방법으로 우선 시도해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드물게 인대를 터주거나 신경 자체를 제거하는 수술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