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螺(소라 나), 鈿(세공 전), 漆(옻 칠), 器(그릇 기).’
옻칠을 한 나무에 소라 전복 등 패류를 입혀 만든 가구. 고려시대에 그 기술이 절정에 달했고, 1960~80년대에 특별소비세가 부과되기도 했던 한국의 대표 공예품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특유의 영롱한 색을 잃지 않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졌다.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고, 이 기술을 쓸 만큼 덩치 큰 가구를 찾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나전칠기 장인 청봉 유철현(66) 선생은 이런 전통 기술의 장점을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 계승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작품이 아무리 좋아도 팔리지 않으면 소용없다. 대중의 관심과 수요를 만족시켜야 한다. 자개 표면 장식을 활용한 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옛 자개장을 다시 디자인해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가구를 만드는 데 몰두해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 많은 국가의 지도자가 그의 나전칠기 공예품을 국빈 선물로 받아갔다. 외국 정상들에게 한국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기 위해 정부는 그의 손을 빌렸다. 유 선생은 전통문화에 대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에 맞게 발전시켜야 전통도 빛이 난다”고 했다. 세상의 트렌드가 끊임없이 바뀌는 지금, 전통문화도 예외일 수는 없다.
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