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는 7월 추천 가볼 만한 곳 테마로 ‘야간여행’을 선정했다. 충남 부여 궁남지와 정림사지, 경북 안동 월영교와 낙동강음악분수, 부산 서구·동구, 경남 통영밤바다야경투어, 전남 강진 나이트드림이 포함됐다.
‘백제의 밤’ 부여 궁남지·정림사지
백제의 세련미와 애잔함이 가득한 야경 여행지는 부여 궁남지(사적 135호)와 정림사지(사적 301호)다. 부여 궁남지는 백제 무왕 때 만든 것으로 보이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이다. 여름에는 치렁치렁 늘어진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흩날리고, 거대한 습지에서는 형형색색 화려한 연꽃이 핀다. 밤이면 연못 안 포룡정 일대에 조명이 들어와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일품이다. 정림사는 백제 성왕이 사비성(지금의 부여)으로 도읍을 옮기면서 그 중심에 세운 사찰이다. 인적이 뜸한 밤에 조명이 들어온 부여 정림사지는 적막하고 고요하다.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9호) 아래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우주와 소통하는 듯 신비롭다.
열대야 날려줄 달빛 야행, 월영교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도시 안동의 월영교는 전통미가 아름다운 야경을, 역동적인 낙동강음악분수는 현대미가 두드러진 야경을 선보인다. 월영교는 길이 387m, 너비 3.6m 목책 인도교로 조선판 ‘사랑과 영혼’이라 불리는 ‘원이 엄마’의 숭고한 이야기를 품었다. 다리가 아름답고 주변에 즐길 거리가 많아 안동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밤이면 경관 조명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주말에는 분수를 가동해 시원함을 더한다. 황포돛배나 유람선을 타는 즐거움은 덤이다. 낙동강음악분수는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 음악이 어우러진 분수 쇼로 여름밤 무더위를 씻어준다.
화려함과 짜릿함이 가득한 부산의 밤
부산의 여름밤을 즐기고 싶다면 송도해수욕장으로 가자. 해변 동쪽에 조성된 송도구름산책로는 바닥이 강화유리와 격자무늬 철제로 된 구간이 있어, 출렁이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밤이면 송도구름산책로가 주변 야경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그 위로 송도해상케이블카가 오색 불빛을 반짝이며 하늘을 수놓는다.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크루즈를 이용하면 더욱 짜릿한 시간이 된다. 부산의 대표 도보여행 코스인 초량이바구길도 밤에 가면 색다른 재미가 있다. 약 2㎞에 이어진 골목을 걸으며 부산의 근현대사를 엿본다. 초량이바구길의 명물인 168계단에 올라가면 옹기종기 모인 집과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빌딩이 도시를 밝힌 야경이 근사하다.
밤바다의 감미로운 유혹, 통영 야경
미항(美港) 통영은 야경 여행지로 빼놓을 수 없다. 노을 속으로 멀어지는 섬과 화려한 조명을 담아낸 호수 같은 바다가 답답한 도시에서 온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멋진 보트를 타고 밤바다를 돌아보는 ‘통영밤바다야경투어’는 낮보다 아름다운 통영의 밤을 책임지는 최고의 선택이다. 지난해 열린 통영한산대첩축제 때 처음 선보였다. 섬과 섬을 오가던 통영관광해상택시를 축제 기간에 한시적으로 야경 투어로 운영했는데, 반응이 좋아 같은 해 10월부터 정기 운항을 시작했다. 통영 야경의 백미로 꼽히는 통영운하를 따라간다. 통영해양스포츠센터가 있는 도남항에서 출발해 강구안과 충무교, 통영대교를 지나 도남항으로 돌아온다. 입담 좋은 항해사가 들려주는 통영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한여름 밤의 피크닉, 강진 나이트드림
강진에 가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로맨틱한 여행이 기다린다. 낮과 다른 매력이 있는 강진의 인기 여행지를 둘러보고, 지역민이 참여하는 공연도 즐기는 프로그램 ‘나이트드림’이다. 강진오감통에서 출발한 버스는 첫 번째 목적지로 가우도를 찾는다. 30명 남짓한 주민이 살아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섬 가우도는 트레킹 코스도 유명하다. 한 시간 걸은 뒤에는 추억의 테마 거리 ‘청춘 생각대로 극장통’에서 각자 식사한다. 저녁엔 사의재를 배경으로 마당극이 펼쳐진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모두 지역민이다.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며 신명 나는 춤판을 벌인다. 마지막 목적지 세계모란공원에서 한여름 밤의 피크닉이 시작된다. 참가자들이 시원한 맥주에 닭강정을 맛보는 가운데, 지역 예술가들이 야외 공연을 선보인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