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주춤하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며 제2차 웨이브를 경고하고 있다. 강력한 봉쇄조치 없이 코로나19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종식은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2차 유행의 위험성 속에서도 세계는 한국의 방역 기준을 모델로 하고 있으며, 한국이 어떻게 극복해나갈 것인지 주목하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이 같은 성공적 대응 요인으로 정부의 신속한 정책 결정과 적극적 대응, 선진적 의료체계와 의료계의 헌신, 성숙한 시민의식 등을 꼽으며 K방역을 극찬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전 국민을 가입 대상으로 하고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지만 높은 의료접근성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아플 때 병원에 갈 수 있고, 필요하면 입원할 수 있는 높은 의료접근성 덕분에 코로나 사태에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가능했고, 건강보험이 보유한 진료 데이터를 통해 확진자들을 신속히 분류해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 것이다. 정부와 보건 당국의 적극적 대응이 가능했던 바탕에는 누구나 병원비 걱정 없이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 건강보험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1963년 의료보험법 제정 이후 88년 농촌지역, 89년 도시지역으로 의료보험을 확대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최단 기간에 전 국민 건강보장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조합 재정 상태가 달라 가난한 조합은 늘 적자에 시달렸고, 조합별로 병원 혜택이 달라 의료 보장의 형평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2000년 7월 전국 367개 의료보험조합을 일원화해 모든 국민이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단일 보험인 ‘건강보험’으로 통합됐다. 이후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 2011년 4대 사회보험 징수업무 통합까지 명실상부한 국가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목표로 2022년까지 보장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비급여 해소, 가계파탄 예방 등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올해 통합 20주년이 되는 건강보험은 코로나19로 중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우리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소중한 건강보험의 역할과 중요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대응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의료물자 수급관리 등 감염병의 주기적 발병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로 국민 건강을 지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정한 부담과 든든한 보장도 이뤄내야 한다. 단일 보험으로서 스무 살 성년이 된 국민건강보험은 국민 건강이 위협받고 있을 때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제 국민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세계의 표준이 되는 건강보험으로 거듭날 때다.
홍무표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