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 37만 1548명, 누적 사망자 9484명, 일평균 추가 확진자 1만700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의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다. 현실을 한 겹 더 벗겨보면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환자들을 가리고 있다. 내전의 아픔과 빈곤, 각종 풍토병에 따른 어려움도 여전하다.
지구 반대편에서 아프리카대륙의 이 같은 아픔을 보듬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대한민국 국제개발협력 NGO가 있다. 섬김과 나눔의 정신으로 2007년 설립돼 14년째 아프리카 지역 빈곤 퇴치, 의료보건 서비스 제공, 교육 지원 활동을 펼치는 아프리카미래재단(대표 박상은)이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군포 지샘병원에서 만난 박상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는 아프리카 대륙은 ‘K방역’의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지역이자 복음의 밀알이 뿌리내릴 곳”이라고 강조했다.
-설립 이후 가장 분주하게 지원활동을 펼치는 것 같다.
“이때를 위해 하나님께서 재단을 설립하게 하셨나 싶을 정도다. 지난 1월 말 아프리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오면서부터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대응 계획을 세웠다. 그때만 해도 ‘아프리카는 안전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결국 급증 상황을 맞았다. 2월 중하순에는 국내 24명, 아프리카 14명의 의료 감염 전문가들과 자문단을 꾸리고 국가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3월 초 국내에 코로나19 방역 매뉴얼이 활용됐을 때는 이를 번역해 ‘코리아 코비드19 닷컴(koreacovid19.com)’이란 페이지를 개설한 뒤 아프리카에 공급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이 페이지에선 코로나19 대응 전략이 새로 나올 때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한다.”
-아프리카 각국에 어떤 지원이 이뤄졌나.
“국가별로 도움이 시급한 분야가 조금씩 달라 모니터링을 하면서 의료보건 지원과 생계 지원으로 나눠 진행했다. 짐바브웨와 우간다에는 마스크와 코로나 진단키트, 의료용품과 의약품이 전달됐고 르완다 잠비아 남아공 부르키나파소 시에라리온 부룬디에는 빈곤가정 긴급생계지원을 위해 각종 생필품(쌀 밀가루 설탕 등)과 손세정제를 보냈다.
자문단과 현지 상황을 공유하면서 발견한 중대한 문제점은 현지 의료진이 변변한 개인보호구 없이 환자를 치료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었다. 아프리카 국가 대부분은 인구 대비 의료진이 우리나라의 100분의 1 수준일 정도로 부족하다. 의사나 간호사가 감염되거나 격리되면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기 쉽다는 얘기다.
대구경북 지역 집단감염이 심각했을 때 한국기독의사회에서 성금을 모아 1억5000만원을 보냈는데 거기서 남은 1500만원을 마중물로 아프리카 의료진 개인보호구 지원 캠페인을 했다. 이를 통해 에스와티니 탄자니아 나이지리아 등에 방호복 세트, 의료용 모자와 얼굴보호대를 지원할 수 있었다. 우리 돈 4만원이면 의료진에게 방호복, 마스크, 장갑, 덧신 보호안경 세트를 보낼 수 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도 동참했는지 궁금하다.
“기독의사회 SNS 계정을 통해 캠페인 동참을 요청하는 글을 게시했는데 일면식도 없던 교회와 성도들이 십시일반 후원에 나서주는 모습에 놀랐다. 특히 안양감리교회(임용택 목사)는 마다가스카르에 구급차 10대를 보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줬다. 코로나19 환자를 후송하거나 확진자가 이동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감염이 퍼질 위험이 크다. 의료환경이 척박한 마다가스카르에 큰 힘이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승합차 개조작업이 진행 중이고 다음 달 선박편으로 보낼 계획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주는 선교적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반도에 복음의 씨앗이 떨어지던 시기에 의료 선교사들의 헌신을 돌아보게 된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대한민국이 복음의 빚진 자로서 열방을 섬길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선 코로나19를 통해 ‘모이는 교회’를 ‘흩어지는 교회’로 만드셨다. 세계 선교를 위해 흩어지는 성도들이 전 세계를 섬겨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본다.
K팝과 K드라마로 한류가 세계 문화에 영향을 미친 데 이어 K바이오 K메디칼이 ‘K방역’이란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선교사들을 추방하던 선교지에서 대한민국을 향해 새로운 요청을 해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중국과 일본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한국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K방역이 선한 도구가 돼 ‘K미션’을 이룰 기회라고 본다.”
군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