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점뿐인 고려 시대 나전합 가운데 한 점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하 ‘나전합’·사진)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지난해 12월에 환수했다며 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이번에 들어온 ‘나전합’은 모자합(母子盒)을 이루는 자합(子盒) 중 하나다. 4쌍이 갖춰져야 가운데 원형 합을 빙 둘러싸는 형태의 온전한 모자합이 된다. 그 여러 자합 중 1점인 셈인데, 이런 자합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 등 전 세계적으로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게 드물다. 그나마 매입이 가능한 개인 소장품을 이번에 구입하게 된 것이다.
이번 환수를 통해 국내 처음으로 자합 형태의 ‘나전합’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온전한 형태의 고려 나전칠기 유물을 단 2점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돌아온 ‘나전합’이 추가되어 총 3점을 소장하게 됐다.
환수된 ‘나전합’은 길이 10㎝ 남짓에 무게는 50g의 크기다. 영롱하게 빛나는 전복패와 온화한 색감의 대모(玳瑁, 바다거북 등껍질), 금속선을 이용해 국화꽃과 넝쿨무늬를 수놓듯이 박았다. 치밀한 장식 등 고려 나전칠기 특유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뚜껑 가운데의 큰 꽃무늬와 국화의 꽃술에는 대표적인 기법인 대모복채법(玳瑁伏彩法 바다거북의 등껍질인 대모를 얇게 갈아 투명하게 만든 판 안쪽에 물감을 칠하여 앞면에 비쳐 보이도록 하는 기법)이 사용됐다.
고려 나전칠기는 고려청자, 고려 불화와 함께 고려의 미의식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 공예품으로 손꼽혀 왔다. 현재 고려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불과 20여 점만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미국과 일본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에 환수한 ‘나전 합’은 지난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에서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앞으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되어 올해 12월 22일에 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