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이 지면을 빌려 문재인 대통령께 고언을 하나 드렸다. 서울 강남에 집을 가지고 있는 청와대 전·현직 비서관들에게 집을 팔도록 권유를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일반 국민들이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진정성을 조금이라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오비이락이었겠지만 칼럼을 쓴 그 주 청와대는 참모들에게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6개월 내에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늦었지만 그나마 윗선에서 이제 한국 부동산의 심각한 상황을 아는 듯해 참 반가웠다. 그런데 지난주 경실련 발표를 보니 ‘역시나’였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청와대 참모 상당수가 다주택자였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본인들은 저마다 변명을 대고 있지만 그야말로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이라는 점을 몸소 증명하고 있었다. 특히 김조원 민정수석,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 강민석 대변인이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에 집 두 채를 소유하고 있는 김 수석은 3년 새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봤다. 여 비서관은 같은 기간 무려 16억원 넘게 재산이 불어 이 부문 1위였다. 강 대변인은 1.5채를 보유해 부동산 처분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한 채면 한 채, 두 채면 두 채이지 무슨 1.5채란 말인가. 경실련은 “청와대의 다주택 처분 권고에도 대부분 고위공직자가 처분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는 국민 비난을 피하기 위한 보여주기였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선 이시종 충북지사의 부동산 거래가 아이러니했다. 현직 지사임에도 지난해 충북 아파트는 팔고 강남 아파트는 보유 중이란다. 이런 모습이 충북 주민들에게는 어떻게 비칠까.
따라서 문 대통령께 또다시 고언을 드린다. 청와대에서 다시 이달 내에 참모 중 다주택자는 집을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그런데 이들은 이미 시세차익을 볼만큼 본 사람들이다.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치부(致富)를 했다. 돈과 관직을 다 함께 가진다는 것은 현재 국민 정서상 쉽게 용납이 안될 것 같다. 그러니 집 처분 여부에 상관하지 말고 이제 이들을 공직에서 내보내주셨으면 한다. 이들은 이미 ‘불경죄’도 저지른 상태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놀랐다”고 하지 않았던가. 콘크리트 같은 대통령 지지율은 부동산으로 균열이 생겼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도 고언을 드린다. 김 장관은 나름 집값 안정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남편 명의의 경기도 연천 주택도 팔았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누군가가 정보를 왜곡하거나 허위보고를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시기 바란다. 그러니 “정책은 다 잘 작동하고 있다”는 말씀을 한 것 같다. 또 다들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난리인데 맞지도 않는 한국감정원의 통계를 인용한 것도 그렇다.
조정대상지역 지정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가까운 김포·파주는 놔두고 멀리 있는 안성이나 양주는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실미도는 왜 넣었나”라는 조소는 잘 아실 것이다. 6·17 대책도 발표 당일 내용이 사전 유출됐다. 정책 입안자 중 혹 조정대상지역에서 빠진 곳에 땅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살펴봐 주시길 바란다.
사족으로 청와대 초대 정책수석으로 잘못된 부동산 정책의 첫 단추를 끼운 장하성 주중대사의 강남 아파트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 “내가 강남 살아보니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가 없다”는 망언을 한 장 대사는 중국 부임 뒤 살던 아파트를 전세 주지 않고 그냥 놀렸다고 한다. 그때가 작년 말이었다. 과연 장 대사의 강남 사랑은 끝났을까.
모규엽 사회부 차장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