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할 때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사각지대’를 잘 살피는 것이다. 구제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많은 이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나름 신경을 쓰지만, 구제의 사각지대는 늘 발생한다.
교회에 출석하거나 걸어서 교회를 찾아올 수 있는 분들은 그나마 절기마다 하는 행사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마저 어려운 이들은 도움을 받을 기회마저 잃고 만다.
한 달에 한 번 주민센터에서 추천한 지역 내 장애인 어르신들을 교인들과 함께 찾아가 기도하고 손을 잡아준다. 역경과 고난이 일상화돼 그저 무덤덤해진 오늘이 더 가슴 아픈 현장이다.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30여년째 누워 있다가 얼마 전 돌아가신 윤명자(가명) 할머니도 그중 하나다. 금남시장 뒤편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살고 있는 할머니는 내가 찾아갈 때마다 “못난 사람을 찾아주니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할머니는 왜소증을 앓는 3남매와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도 그렇지만 딸 역시 가엽긴 마찬가지다. 아들들은 이렇다 할 사회생활을 못하고 있어 딸은 수십 년째 거동 못 하는 어머니와 거동 안 하는 두 오빠를 둔 가장으로 살았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유성훈(가명) 할아버지는 30여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잘라냈다. 할아버지는 그 몸으로 척추병을 20년 앓아온 아내의 욕창과 대소변을 받아냈고 10여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 할아버지는 나를 만날 때마다 “우리 아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다. 정신질환을 앓는 아들 둘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생 끝에 낙이라도 오면 좋을 텐데 할아버지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하반신 마비에 당뇨합병증으로 발이 썩어들어 가는 60대 박씨 할머니, 척추를 다쳐 누워 지내는 40대 황씨, 뇌병변 딸을 둔 불자 신씨 등 집 밖으로 나오는 일은 꿈도 못 꾼 채 하루하루 눈물 속에 사는 이들이 많았다.
그들에게 기도 외에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생필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매달 어느 가정에 어떤 물건을 가져다 드렸는지 기록해 때마다 필요한 물건이 공급되도록 애쓰고 있다. 처음에는 생필품 5만원어치를 구입하다 최근엔 6만원으로 늘였다. 이름하여 ‘6만원의 사랑 나누기’다.
사랑나누기에는 교인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한다. 봉사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파트에 사는 30~40대 여집사님들이다. 옥수동과 금호동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후에 이사 온 사람들로 과거 달동네 사람들과는 사고나 생활방식, 경제수준이 여러모로 다르다.
처음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봉사에 나섰던 이들이 한두 번 6만원의 사랑 나누기에 참여하면서부터 가난한 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많이 바뀌는 것을 본다. 의무감이 아니라 이제는 자원하는 마음과 진심 어린 긍휼의 마음으로 가난하고 병들어 힘들어하는 이웃의 손을 잡고 기도해준다.
“아직도 제게 버려야 할 게 많네요. 건강 하나만으로도 하나님께 감사해요.” 사랑나눔에 참여하는 이들의 고백이다. 결국 구제는 남을 살리는 일인 동시에 나를 살리는 일이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