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표 예능 ‘런닝맨’을 이끌던 조효진 PD는 2015년 ‘컴퍼니 상상’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2018년 국내 최초로 넷플릭스에서 추리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선보였고 재기에 성공했다. ‘달리고 쫓고 추적하는’ 예능 전문이었던 그가 이번에 들고 나온 건 뜻밖에도 여행 예능이다. ‘투게더’는 국적도 다르고 성격도 정반대인 동갑내기 스타, 한국의 이승기와 대만의 류이호를 중심에 세웠다. 하지만 왠지 심심했다. 언어의 장벽을 녹일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들을 이어줄 다리로 ‘팬’을 떠올리게 됐다.
조 PD는 “여행에 강한 목적성을 부여하고 싶었다”며 “두 사람이 말이 안 통하기 때문에 팬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7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팬들”이라며 “촬영하면서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이 참 많았다”고 회상했다.
‘투게더’는 지난달 26일 전 세계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서 시작된 여행은 발리,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 네팔 포카라와 카트만두를 거쳤다. 목적지는 팬들의 집이었고 여정은 팬들의 추천코스로 구성됐다. 공개 직후 여러 국가에서 인기순위 TOP10에 진입했다. 조 P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에 제한이 걸렸는데, ‘투게더’로 대리만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탁 트인 풍경에 마주 앉은 동갑내기 스타는 주로 눈빛과 손짓으로 대화했다. 여기에 제작진이 던지는 미션 등 얘깃거리가 더해졌다. 처음엔 대화가 통하지 않는 여행이 가능할까 싶었다. “방송에서 대사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언어의 장벽을 걱정했어요. 그래서 미션을 통해 어색함을 메우려 했는데 막상 촬영하니 서툴게 나눈 소소한 대화가 더 재미있더라고요.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이 생각보다 감동적이어서 중간부터 미션을 줄이고 관계에 집중했어요.”
조 PD는 일부러 개입하지 않고 두 스타가 통역 없이 알아서 행동하도록 했다. 그는 “언어가 통하지 않고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우정을 쌓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승기의 공이 컸다. ‘투게더’는 친화력과 적응력이 중요한데 이승기는 활동적이기까지 했다. 조 PD는 “이승기를 염두에 뒀다기보단 적임자라는 표현이 맞다”며 “경험이 많아 노련하고 흐름을 잘 읽는다”고 평가했다.
SBS에서 입지를 다졌던 조 PD가 넷플릭스로 옮긴 이유는 고민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넷플릭스는 모두 사전제작이에요.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프로그램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고민할 수 있어요. 다만 한꺼번에 공개하는 시스템은 아직 적응이 안 돼요.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쌓이고 시청자의 반응을 적용하면서 성장하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더 연구해서 보완하려고 해요”.
조 PD는 시즌2를 언급하면서 “두 사람과 색다르고 즐거운 여행을 계속 함께하고 싶다”며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하다면 2~4편짜리 외전을 통해 서로의 나라를 탐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류이호는 특히 캠핑을 가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