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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골 시위’, 나를 주목하라!

발렌시아의 이강인이 8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열린 레알 바야돌리드와의 스페인 라리가 홈경기에서 후반 43분 왼발 결승골을 터트리고 있다. 이날 9개월 만에 2호골을 넣을 정도로 출장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이강인을 둘러싸고 유럽 현지의 이적설이 끊임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8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경기장. 스페인 라리가 발렌시아와 레알 바야돌리드는 후반 막판까지 1-1로 팽팽하게 맞섰다. 승부가 갈린 건 후반 43분. 앳된 얼굴의 173㎝ 단신 선수는 바야돌리드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볼을 잡아 한 차례 각도를 좁힌 후 상대 수비 두 명 사이로 송곳 같은 왼발 슈팅을 날렸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가 손을 댈 수 없는 구석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이날 결승골을 넣은 선수는 발렌시아 유스 출신의 이강인(19).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 ‘축구 천재’로 각광받았지만 올 시즌 제한된 출전 기회만 부여 받으며 좀처럼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이강인이 오랜만에 밝은 얼굴로 환호했지만 발렌시아에서 그의 시간은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유럽 유수의 팀들이 이강인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강인도 이적을 요구하며 재계약을 거부했단 현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강인의 이날 골은 지난해 9월 25일 헤타페전에서 나온 라리가 데뷔골 이후 9개월 12일, 일수로만 치면 286일 만의 득점포였다. 시즌 내내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단 2골. 가시적인 성과가 적었던 건 팀이 시즌 전 약속했던 것보다 적은 출장만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올 시즌 주로 후반 막판 교체로 투입되며 리그 14경기(선발 2회)에 출전해 고작 347분만을 뛰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5경기) 코파 델 레이(2경기)를 포함해도 총 21경기 출장. 성장하기엔 다소 아쉬운 수치다.

반면 경쟁자들은 크게 앞서가고 있다. 일본의 동갑내기 구보 다케후사는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마요르카로 임대된 구보는 올 시즌 32경기에서 3골 5도움으로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리그가 중단됐다 재개된 이후엔 선발 기회가 더 많아졌다. 이어진 활약 속에 최근엔 이탈리아 AC밀란과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이적설까지 나오고 있다.

아예 빅클럽의 주전으로 자리 잡은 비슷한 나이대 선수들도 많다. 지난해 유럽 1부리그 21세 이하 선수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에 수여하는 골든보이 어워드를 받은 주앙 펠릭스(20)는 올 시즌 34경기에서 8골 3도움을 올렸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독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엘링 홀란드(19)도 두 팀 도합 올 시즌 40경기에 나서 44골 10도움을 기록했다. 이강인도 두 선수와 함께 지난해 골든보이 어워드 20인 후보에까지 올랐음을 고려할 때 더 성장하기 위해 출전 기회가 필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행히 팀 계약기간이 2022년까지인 이강인이 재계약을 거절하고 이적을 요청했다는 현지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리그앙 올랭피크 마르세유, 지롱댕 보르도, 니스도 이강인에 관심을 보이는 걸로 알려졌다. 이날 활약으로 이강인의 주가는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스페인 마르카는 경기 뒤 “올 시즌 시야에서 거의 사라졌던 이강인이 잃어버렸던 천재성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새로 부임한 뒤 이강인 덕에 마수걸이 승리를 챙긴 보로 곤살레스 감독도 “이강인은 수비라인을 깰 수 있고 전방 공격수들에게 적절한 패스도 넣을 줄 아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스페인 현지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 이적설도 조심스레 제기된 가운데 이강인이 여름이적시장에서 팀을 옮겨 출전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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