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도 선두를 달리는 K리그1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의 수문장 송범근(22)이 이번에도 골키퍼 중 거의 유일한 영플레이어상(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3년차인 올해가 마지막 수상 기회인데다 받는다면 골키퍼로서는 첫 사례다. 그간 유난히 상복이 없던 터라 선수 개인으로서도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송범근은 만 20세에 불과했던 2018년 데뷔 시즌부터 리그 1위팀 전북의 주전자리를 꿰차 활약해왔다. 수많은 골키퍼들이 거쳐간 K리그에서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 10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K리그1 10경기를 모두 출전한 1997년 이후 출생 골키퍼는 송범근 뿐이다.
송범근은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 얘기를 하면 욕을 먹을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선수로서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북이 워낙 강팀인데다 신인상의 특성상 필드플레이어에 이목이 더 쏠린다는 점 때문에라도 그는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는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송범근은 앞서 2018년과 2019년 모두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올랐다가 탈락했다. 두 시즌 모두 리그 탑급의 활약을 펼쳤지만 시즌 베스트일레븐 명단조차 한 번도 들지 못했다. 팀 선배 권순태가 드물게 데뷔 시즌부터 주전으로 맹활약하며 신인왕·베스트일레븐 후보로 거론됐으나 매번 고배를 마셨던 것과 겹치는 모습이다.
송범근이 가장 강렬했던 건 데뷔 시즌이다. 그는 이 시즌 30경기에 나서 19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경기감독관들이 매긴 평점에서도 5경기 이상 출전한 골키퍼 중 그보다 높은 순위에 오른 선수는 없었다. 이듬해에도 송범근은 지표상 당시 대구 FC에서 뛰던 조현우, 준우승팀 울산 현대의 김승규와 3파전을 펼칠만큼 우수한 활약을 했다. 선방 순위에서도 압도적인 1위였고 유효슈팅 대비 선방에서도 가장 앞섰다. 올시즌에도 그는 전 라운드 출장한 선수 중 가장 적은 5실점을 기록 중이다.
개신교 신자인 송범근은 “그간 기도도 많이 했지만 (상을 못받은 건) 다 뜻하신 바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이후 빌드업이나 골키퍼로서의 경기운영, 수비수들과의 호흡, 운동능력 등에서 더 발전하려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송범근은 “솔직히 데뷔 시즌에 신인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영플레이어상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베스트일레븐에 들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