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상황실 구축 전과정 디지털화
응급상황 땐 빠르고 정확한 대처
실시간 위치추적도 국내 첫 도입
감염병 환자 생기면 몇분 내 파악
어느 날 늦은 밤, 요로감염 패혈증으로 입원 중이던 A씨(50)의 의식이 희미해졌다. 혈압과 호흡 수가 갑자기 떨어졌다. 그의 생체 징후(vital sign)를 실시간 체크하던 ‘중증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RRS)’이 응급상황으로 판단해 환자 상태를 확인하라는 알람을 신속 대응팀과 주치의에게 자동 전송했다. 중환자실 3층에서 대기하던 신속 대응팀은 즉시 A씨 병상으로 달려가 심정지 직전 응급처치를 했다. 이어 A씨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담당 의료진이 모여있는 모바일 메신저 ‘Y톡’을 통해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치료 방안을 논의했다.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는데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고 덕분에 A씨는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가상의 사례이긴 하지만 용인세브란스병원이 지난 3월 원내에 구축한 ‘중증 환자 조기 경보시스템’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유사한 응급 상황이 벌어져도 이처럼 신속하고 스마트한 대처가 가능하다. 병원은 환자 안전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최고의 의료진과 장비를 갖추더라도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디지털 혁신을 내세운 병원답게 환자 안전문제를 디지털로 해결해 주목받고 있다.
심정지 직전 응급 대처로 위기 모면
중증 환자들은 치료 중 심정지를 겪을 경우 생존율이 크게 낮아진다. 그만큼 심장이 멎기 전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이런 과정을 전면 디지털화했다. 의료진이 일일이 입원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기록했던 모습이 사라졌다. 통합반응상황실(IRS)을 구축해 중증 환자의 혈압 맥박 호흡수 산소포화도 등이 전자의무기록(EMR)에 실시간 자동 기록된다. EMR에 연동된 생체 징후 기반으로 중증도 분류가 이뤄지고, 응급상황이 우려될 때 신속 대응팀에는 알람이 보내진다. 이 모든 과정은 모두 디지털화해 응급상황 발생 전에 적절히 대응토록 한다.
이 병원 디지털의료산업센터장인 박진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3일 “디지털로 환자 상태를 실시간 관리하게 되면서 위기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놓칠 수 있는 위험이 사라졌다”면서 “상태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안전하게 퇴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 후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거나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병동으로 옮기는 등 급성 변화 가능성이 있는 환자, 의료진이 특별히 의뢰한 환자, 중증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조기 경보 점수(EWS)가 4점 이상인 환자 등이 대상이다. 하루 평균 13.9명의 환자가 신속 대응팀의 관찰 대상이 되고 있으며 하루 8.4명에게 긴급 출동했다. 신속 대응팀은 보건복지부 기준에 따라 전담 간호사 2명과 협업 의사 6명으로 꾸려졌다. 모니터링이 가능한 중증 환자는 최대 167명이다.
박 교수는 “1시간 간격으로 환자 모니터에서 자동 전송되는 생체 징후로 계산한 EWS 점수가 4점 이상인 환자의 경우 신속 대응팀과 주치의에게 24시간 자동으로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고 했다.
옴 환자 위치 신속 파악 전파 막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요즘, 이 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RTLS)을 입원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적용해 병원 내 감염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하고 있다. RTLS는 환자의 실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 뿐 아니라 환자 주변 2m 이내에서 발생한 다른 환자 및 의료진과의 접촉도 파악한다.
원내 감염병 확진자 발생 시 기존에 사용하던 환자 진술과 CCTV 확인 등의 절차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반면 RTLS는 확진자 이동 경로와 접촉자들을 수 분 내로 찾아낸다. 소독과 밀접 접촉자 격리 등 초기 대처를 빠르게 해 감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 입원 환자들은 동의 하에 손목에 무선 네트워크망과 연결되는 ‘스마트 밴드(BLE 태그)’를 차게 된다. 병원 관계자는 “RTLS를 통해 환자의 실시간 위치 뿐 아니라 특정 기간을 입력하면 과거 동선, 환자의 접촉자 및 접촉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추가로 외래 환자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한 위치 추적 기술도 구현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초 전염성 강한 옴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RTLS를 통해 이동 경로와 접촉자를 신속히 파악해 원내 확산을 막기도 했다. 입원 환자가 원내에서 갑자기 쓰러지거나 환자가 병실을 이탈하는 등 예기치 못한 응급상황에서도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의료진 협업 모바일 메신저 Y톡은 개별 환자의 맞춤형 진료를 가능케 한다. 의료정보부실장인 김성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Y톡은 다자간 음성, 영상 통화가 가능해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소통이 중요한 지금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응급상황 발생 시 관련 의료진이 대면하지 않아도 Y톡을 통해 환자 상황에 맞는 적절한 처치 방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어 환자들의 안전한 입원생활에 기여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은 아울러 질병 진단에도 디지털 혁신을 실현했다. 폐질환과 유방암 진단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진단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