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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엔 장사 없다… ‘독수리’ 최용수 결국 추락

30일 FC 서울 감독직을 사임한 최용수 감독이 지난 4일 수원 삼성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경기 중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에 들어서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의 최용수(46) 감독이 최악의 성적 부진을 결국 견디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시즌 초부터 선수단 외부 악재와 경영진의 지원 부족 속에서도 팀을 살리려 노력했으나 결국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구단은 30일 최용수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다시 서울의 지휘봉을 잡은 지 약 21개월만이다. 이로써 전날인 29일 치른 포항 스틸러스와의 FA컵 8강전이 최 감독의 마지막 경기로 남게 됐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최 감독이 경기 직후까지만 해도 별 이야기가 없었다. 다음날 사장과 단장을 찾아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은 선수로서나 감독으로서나 서울 구단을 대표할만한 인물이다. 구단의 전신인 안양 LG 치타스에 선수로서 1994년 처음 입단해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상무 축구단에서 보낸 시간을 제외하면 K리그에서는 안양 한 구단에서만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명성을 날렸다. 국내에서 활약한 마지막 해인 2000년 팀에 리그 우승컵을 가져다 준 뒤에는 일본 J리그로 건너가 당시 교토 퍼플 상가 등에서 활약했다.

지도자로서도 최용수 감독은 국내에 한해서는 서울만을 지도한 ‘원클럽맨’이다. 최 감독은 2007년 서울에 코치로 부임해 2011년 사임한 황보관 감독을 대신해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듬해 리그 우승을 비롯해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이뤄내며 국제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다. 2015년에는 구단 역사상 두번째 FA컵을 따냈다.

이후 중국 슈퍼리그(CSL)로 진출했던 최 감독은 2018년 시즌 도중 사임한 황선홍 감독의 뒤를 이어 다시 소방수로서 서울 구단을 지휘했다. 당시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면서 위기에 몰렸던 팀을 간신히 1부에 잔류 시켰고, 지난해에도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팀을 리그 3위까지 이끌면서 리그를 대표하는 명장으로서의 능력을 다시 증명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유독 악재가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즌이 늦게 개막한 뒤 구단 운영진의 실책으로 이른바 ‘리얼돌 사태’가 터져 시작부터 팀 분위기가 흔들렸다. 최 감독이 성공적으로 공격수로 변신시킨 제자 박동진은 군 입대를 하며 팀을 떠났다. 외국인 선수 페시치는 부상 끝에 결국 퇴출됐고, 아드리아노는 계속해서 부진했다.

리그에서도 갈수록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특히 지난 6월 15일 대구 FC와의 원정경기에서는 6대 0으로 보기 드문 대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때를 맞춰 오랫동안 최 감독을 보좌한 김성재 수석코치가 지난달 팀을 떠나면서 구단 내부 불화설도 불거졌다. 최근에는 리그에서 승격팀 부산 아이파크를 비롯해 포항 스틸러스, 전북 현대에 연달아 2골 차 이상 대패를 당하면서 경질설이 돌았다.

최근 기성용을 우여곡절 끝에 영입하며 기대를 모았던 서울 구단은 최 감독의 사임으로 다시 뒤숭숭한 분위기를 맞게 됐다. 지난달 김성재 코치를 대신해 부임했던 김호영 수석코치가 한동안 감독대행으로서 서울 구단을 지휘한다. 김 신임 감독대행은 국내 프로팀 감독을 맡기 위해 필요한 P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추고 있는 데다 2013년 강원 FC 감독을 맡은 경력도 있어 정식 감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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