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숭인동. 주말이면 동묘 부근이 온통 벼룩시장으로 바뀐다. 여러 가지 생활용품이나 옛것들을 진열해 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이 일대에는 대형 고서점 다섯 업소가 성업 중이다. 눈 밝은 사람이면 일반 서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명저를 헐값으로 얻을 수 있어 뜻밖의 횡재를 할 때도 있다.
사람마다 전공이 다르고 관심 분야가 있다 보니 책의 선호도 또한 다르다. 고서점을 즐겨 찾으면서 고서연구회 회원도 자주 만나게 되고 여러 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내가 즐겨 구입하는 책은 1950년대 이전에 출간한 국내 문필가들의 수필집. 80년대 청계천 고서점과 인사동, 신촌 일원을 누비며 찾아낸 수필집이 300여권. 그중에는 이광수 최남선 정지용 김기림 김동석 같은 문인들의 초판 수필집도 있다. 좋은 책을 구입하면 깨끗이 손질하고 비닐 포장재로 책 표지를 씌운다. 그리고 도서목록을 작성해 컴퓨터에 저장한다. 목록을 제때에 작성해 두지 않으면 기존의 책과 섞여 나중에는 구분할 수가 없다.
고서점을 찾으면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알았다. 귀중한 문학 작품집이 표지가 낡았다는 이유로 대학도서관 장서인이 찍혀 있는 것을 버린다는 사실이다. 책은 부피가 큰 물건이라 개인이 보관하기에는 무리다. 내 경우만 해도 3만권에 이르는 책을 둘 공간이 없어 시골에 실어 보내고 나니 정작 필요할 때는 볼 수가 없다. 공공·대학도서관에서 고서를 보존 관리해야 하거늘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열람 결과를 보고 많은 독자가 읽은 책은 계속 서가에 비치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버린다는 것이다. 책은 같은 언어를 쓰는 종족의 문화적 척도를 나타낸다. 출판문화가 앞선 민족이 세계 일류국가를 만든다. 여름휴가에 많은 사람이 책을 가지고 떠날 것이다. 조용한 숲속에서 책을 읽는다면 정말 뜻깊은 휴가를 맞이하게 되리라. 책을 들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곳을 찾는다면 코로나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명저를 찾는 헌터가 되어 고서점으로 간다.
오병훈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