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수술을 받은 뒤 재활 중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9·스위스)가 이탈리아의 10대 소녀 두 명과 지붕 위에서 깜짝 테니스 경기를 벌였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2일(한국시간) 페더러가 지난달 10일 이탈리아 리구라를 방문해 건물 지붕에서 두 명의 소녀와 랠리를 주고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페더러와 2대 1 경기를 치른 두 명의 소녀 비토리아(13)와 카롤라(11)는 코로나19가 이탈리아 현지에서 기승을 부린 지난 4월 자택과 옆 건물 지붕에서 테니스 랠리를 즐기는 ‘지붕 위 테니스’ 영상을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올려 화제가 됐다. 코로나19로 남녀 프로 테니스대회가 모두 중단된 상황에서 이 영상은 ‘언제 어디서든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 영상은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900만회에 달하는 누적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영상을 본 페더러는 두 소녀를 찾아가 지붕 위 테니스를 즐기자는 깜짝 이벤트를 계획했다. 페더러는 무릎 수술 뒤 2020-2021 시즌 투어 일정을 마감하고 재활 일정만을 소화하는 상태여서 소녀들을 방문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ATP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두 소녀는 초반에 자신들을 취재하러 온 방송국이라고 생각하고 인터뷰에 응한다. 비토리아는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페더러다. 만약 페더러를 본다면 점프해서 그에게 안길 것 같다”고 밝힌다. 이어 자신의 뒤에 서 있는 페더러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비토리아는 잠시 뒤 “페더러가 우리 집 지붕에 서 있다. 기절할 것 같다”면서 환호성을 지른다.
페더러는 인사를 건넨 뒤 바로 옆 건물 지붕으로 자리를 옮겨 두 소녀와 2대 1 이벤트 테니스 경기를 했다. 페더러는 경기 뒤 “지금까지 전 세계의 멋진 장소에서 수없이 많은 경기를 치렀지만 이번 경험은 내게 가장 특별했다”며 “우리는 어디서든 테니스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더러는 또 두 소녀에게 “라파엘 나달과 이야기해 너희들을 나달 아카데미의 여름캠프에 초청하도록 했다”고 말하며 마지막 깜짝 선물까지 선사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