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휩쓴 2020년, 변화와 혼돈을 겪은 우리 사회는 어떤 기독서적에 주목했을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세종도서’를 보면 기독교를 향한 사회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세종도서 교양부문 종교서적 31종 가운데 기독서적은 21종이 선정됐다. 학술부문 종교서적은 14종 중 7종이 기독 서적이다.
교양부문에선 각박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을 위로하는 책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영봉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 목사의 ‘가만히 위로하는 마음으로’(IVP)와 김종익 세상의소금염산교회 목사가 쓴 ‘고단한 삶에서 부르는 소망의 노래’(꿈꾸는인생),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의 ‘하나님의 숨을 기다리며’(꽃자리) 등이 대표적이다. 세 권 모두 일상의 언어로 인생의 고통과 희망의 이유, 기독교 영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후 위기, 한국교회에 묻는다’(동연)와 ‘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CH북스)는 변화하는 사회상 속 기독교의 역할을 논하는 책이다. 그리스도인이 왜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지, 스마트폰으로 하나님을 경배할 방법은 무엇인지 조명한다.
제원호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의 ‘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패스오버)와 김정형 장로회신학대 교수의 ‘창조론’(새물결플러스)은 대립 관계로 여겨지는 과학과 종교 간 거리를 좁혔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역사 속 애국지사의 발자취를 심도 있게 발굴한 책도 선정됐다. 전정희 국민일보 선임기자의 ‘예수로 산 한국의 인물들’(홍성사)과 임연철 미국 드루대 감리교아카이브 연구원이 쓴 ‘이야기 사애리시’(신앙과지성사)다. 전자는 여운형 서재필 남자현 등 기독 독립운동가의 삶과 신앙을 다룬다면 후자는 유관순 열사 등 후학 양성과 충청 지역 선교에 힘쓴 미국 감리교 선교사 엘리스 샤프(한국명 사에리시)의 일대기를 다룬다.
학술부문 종교서적에서는 ‘이슬람 세계 속 기독교’ ‘예수의 부활’(새물결플러스) 등 새로운 관점에서 기독교를 바라보는 신학서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각계 전문가들은 기독출판계에 유의미한 조언도 내놨다. 이들은 총평에서 “선교 200주년을 지향하는 시점에서 한국 기독교의 역량을 충분히 노정할 수 있는 저자의 발굴이 아쉽다” “특정 종교의 가르침을 넘어 종교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교양도서가 더 출간될 필요가 있다” “종교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가운데 삶의 방향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종교 주제로 저술된 교양도서는 좀 더 친숙하고 쉬운 언어로 일반인에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