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 창동 순복음도봉교회(당회장 김용준 목사)에는 지난 6월 한차례 위기가 찾아왔다. 70대 성도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의 이동 동선에 교회가 있었다. 교회 측은 교회건물을 즉각 폐쇄하고 한 달간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확진 성도는 직장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고 다행히 교회에선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김용준 목사는 해당 성도부터 품었다. 전 성도에게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그를 위해 한마음으로 기도해주자고 했다. 결국, 그 성도는 무사히 완치됐다.
교회에서 지난 21일 만난 김 목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나 자신뿐 아니라 모든 교회 사역을 재정비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오히려 알곡과 쭉정이가 분리되는 시기라 보고 이번 기회에 올바른 ‘교회다움’ ‘성도다움’을 추구해 하나님의 알곡이 되자고 성도들에게 권면했다”고 말했다.
순복음도봉교회는 이후 매일 저녁 9시면 각자의 자리에서 코로나19 종식과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119 긴급 중보 기도회’를 열고 있다. 영산선교형제협의회와 협력해 유튜브 채널에서 29일까지 매일 열리는 온라인 기도회도 참여 중이다.
김 목사는 “나쁘고 어려운 일을 통해서도 하나님께서는 일을 이루신다”며 “한국교회가 그동안의 자만심을 버리고 현재 상황을 발전하고 새로워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목회자의 길에 들어선 1986년 이후 20년간 홍콩, 일본 도쿄, 미국 시카고 등 해외 선교 현장을 누볐다. 2001년부터 4년간 여의도순복음교회 선교국장을 지내며 전 세계에 파송된 600여 선교사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선교 체계를 세웠다. 지금의 교회엔 2008년 부임했다. 김 목사는 “성도들의 첫인상은 순수하고 소박했다”면서 “장로님부터 권사님, 성도에 이르기까지 교회 식구들의 순종과 헌신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순복음도봉교회의 목표는 3가지다. 다음세대를 일으키고 신앙을 전수하는 교회, 지역사회를 품는 교회, 전도와 선교에 온 힘을 다하는 교회다. 무엇보다 ‘기쁨이 충만한 건강한’ 교회를 꿈꾼다.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바라보며, 자신에게 온전한 회복과 치유를 선물해준 복음이 세상에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이들이 많은 교회를 꿈꾼다.
이런 교회와 공동체가 되기 위해 순복음도봉교회는 먼저 다음세대를 일으켜 차세대에 신앙을 전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체계적인 성경적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다음세대가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꾸도록 돕는다. 30·40세대를 위한 ‘3040모리아선교회’를 만들어 청년들의 예배 자립도 돕는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를 품는 교회로서 사람과 사람,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매진한다. 김 목사는 “복음은 사람과 세대, 공동체를 타고 흘러가 땅끝까지 전해져야 한다”면서 “현재는 고난을 겪고 있지만, 십자가 뒤에 있는 기쁨을 미리 보신 주님처럼 십자가 복음과 미리 보는 기쁨의 영성을 가진 소명자, ‘진짜 크리스천’을 키우려 한다”고 말했다.
순복음도봉교회는 2020년도 교회 예산 중 37.4%가 선교, 전도, 구제비일 만큼 구제를 통한 지역사회 복음화와 선교에 집중한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수탁·운영 중인 창동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취약 계층 어린이, 장애가 있는 홀몸노인 구제에 초점을 맞춘 사역을 펼치고 있다. 주택 보수가 필요한 취약 계층을 찾아 화장실 보수, 벽지 도배, 청소 작업 등을 지원하고, ‘사랑의 쌀’과 김장 나눔도 한다. 관련 분야에 종사 중인 성도들도 기꺼이 팔을 걷어붙인 채 자원봉사로 돕는다. 한층 더 지역과 밀접한 사회 복지 사역을 하기 위해 지난 6월에는 사단법인 ‘에이레네’를 설립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예수다움’을 추구하기보다 그저 복을 받기 위해서만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 사회로부터 비난의 표적이 됐다”면서 “교회 성도들에게 이제는 성도 스스로가 하나님의 ‘복덩이’가 돼 계속 복을 퍼 올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자고 권면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등으로 많은 이들이 힘들어하는 이때 한국교회와 성도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할까. 김 목사는 자신의 책 ‘미리 보는 기쁨’을 소개하며 “아직 나타나지 않은, 그러나 장차 이뤄질 것을 꿈꾸라”고 말했다. 성경 속 예수가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십자가 고통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했던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다”는 말에서 착안했다. 예수처럼 현재의 고난이 아닌 십자가 뒤에 있는 기쁨, 앞으로 생길 일들을 꿈꿔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 믿는 이들이 먼저 그의 형상을 따라 성결하고 구별된 모습,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 앞에서 올바른 영성 추구가 절실하다”며 “한국교회가 화합과 일치를 이뤄 후대에도 찬양받으실 하나님이 주실 기쁨을 다 함께 꿈꿨으면 한다”고 말했다.
■ 복음으로 밤새 수다 떠는 ‘기쁨의 공동체’
김용준 순복음도봉교회 목사는 “교회 다니는 기쁨을 아느냐”고 물으며 교인들과 함께 펼치는 ‘기쁨의 공동체 운동’을 소개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이 너무 좋아 모인 사람들이기에 하나님 이야기라면 밤새 은혜를 나누고, 수다를 떨어도 지치지 않는,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 바로 교회”라고 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교회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각각의 삶의 영역에서 기독교 정신이 구현돼야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경적 가치가 실천될 때, 교회는 여전히 이 땅의 희망이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 운동의 일환인 ‘기쁨의 공동체 운동’을 펼치는 데 중요한 부분이지요.”
김 목사는 “기쁨의 공동체 운동은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 교회는 기쁨의 공동체가 되기 위해 7가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첫째, 예배운동이다. 현세 기복적인 예배가 아닌,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며 진심으로 예배한다.
둘째, 말씀운동이다. 그리스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하나님 나라 가치로 이 땅을 살아내기 위해 말씀과 교육으로 성도들을 진리 위에 단단히 세운다.
셋째, 기도운동이다. 내 안에 계신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깊은 사귐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길 갈망하며 온전한 안식, 평안, 기쁨을 누린다.
넷째, 코이노니아(Koinonia)다. 그리스어로 코이노니아는 ‘공유하다’ ‘남과 함께 나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님이 주신 사랑을 뜻한다. 하나님의 가족으로서 서로 사랑하기에 힘쓰며, 진실한 공동체로 서로를 돌본다.
다섯째, 변혁운동이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사랑과 정의의 원칙으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해 지역사회를 섬기고 품고 바꾼다.
여섯째, 복음전파운동이다. 잃어버린 영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찾는다.
일곱째, 다음세대운동이다. 다음세대를 일으켜 하나님 나라의 크고 비밀한 이야기를 함께 듣고 함께 보며 차세대에 신앙을 전수해 더불어 꿈꾼다.
김 목사는 “건강한 교회는 기쁨이 충만한 교회”라며 “십자가의 은혜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복음, 그래서 나와 하나님, 나와 이웃, 나와 세상과의 관계를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온전한 회복과 치유를 선물해 준 그 복음, 그 복음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건강한 교회다. 바로 저희가 꿈꾸는 교회”라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