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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품은 아이들 <32>] 세네갈·한국 가족이 헤어져 지내는 것도 고통

뇌병변·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최강민군과 가족들이 지난 20일 서울 명성선교복지관에서 미소지으며 가족사진을 찍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슬레이트로 얼기설기 만든 집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탕탕거리는 소리가 났다. 집 밖에서 사람들이 던지는 돌멩이가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주민의 95%가 무슬림인 세네갈 다카르의 뤼피스크 지역. 선교사 가정을 향한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최재운(45) 선교사는 2012년 2월 사역을 위해 세네갈에 갔다. 장순화(45) 사모의 배 속에 강민(7)이가 있다는 사실을 안 건 그로부터 한 달 뒤였다. 최 선교사는 200여만원의 선교비로 생계와 사역을 해결해야 했다. 학생 100여명에게 재봉기술을 가르치는 사역을 하느라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거의 없었다. 끼니는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으로 겨우 때워야 했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태교는 사치였다.

엄마와 함께 귀국해 한국에서 태어난 강민이는 생후 2일 만에 청색증을 보이며 경기를 시작했다. 인큐베이터에서 일주일을 지내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반년 넘게 입퇴원을 반복했다. 감당해야 할 병원비는 하염없이 불어났다. 최 선교사는 “태아보험에 가입하는 대신 해외 빈곤아동 정기후원을 신청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행히 지인들의 도움으로 병원비는 해결했지만 아들의 경기는 멈출 줄 몰랐다.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대경기만 4번. 결국 강민이에겐 뇌병변장애와 지적장애 진단이 내려졌다. 불안한 삶은 세네갈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 없었다. 돌을 던지는 이는 없었지만 어려운 생계가 돌덩이가 됐다. 장 사모는 “비싼 재활치료비보다 머물 거처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강민이와 엄마는 선교관을 전전하는 떠돌이 생활을 했다. 하루 숙박비 1만원이 없어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다행히 2년 전부터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의 배려로 장기간 머물 곳을 찾았지만 이곳 역시 언젠가 떠나야 한다는 걸 알기에 강민이네는 불안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족들이 5년째 생이별 중인 상황도 큰 고통이다. 엄마와 강민이는 한국에서, 아빠와 누나는 세네갈에서 생활한다. 최 선교사는 선교관을 떠돌며 홀로 강민이를 돌볼 아내 걱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을 보면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다.

장애아동수당 15만원과 일정치 않은 후원금이 강민이네 수입의 전부다. 밀알복지재단 지원과 정부 바우처로 언어, 물리, 감각통합 치료 등 강민이에게 꼭 필요한 재활치료만 받는데도 자부담 비용이 매달 50만원씩 든다. 인지치료도 시급하지만 형편상 추가 치료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강민이 손에 장난감 하나 쥐여줘 본 적 없지만 카드빚을 내야 할 만큼 생계가 빠듯하다.

최 선교사는 잠시 귀국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 그는 “꾸준한 치료 덕분인지, 오랜만에 보는 강민이가 부쩍 의사표현이 늘었다”며 웃었다. 선교관의 한편에 둘러앉은 가족들은 강민이의 옹알이와 손짓에 웃음꽃을 터뜨렸다. 다음 달 초 최 선교사가 다시 사역지로 떠나기에 온 가족이 모인 지금 이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최 선교사는 “강민이가 조금씩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더 건강해져 소망을 잃은 장애인 가정에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7월 30일~8월 26일/단위: 원)

△김병윤(하람산업) 30만 △전순금 20만 △강영숙 한승우 이선옥 조동환 김전곤 김숙자 석완식 10만 △조점순 연용제 고넬료 정인경 양현석 황의선 5만 △박성규 3만 △장정화 김춘자 임순자 2만 △노경미 1만5000 △김애선 김진일 김명래 1만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1600-0966 밀알복지재단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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