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의 공연장이 닫힌 가운데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들이 극장 밖에서 버스킹으로 관객을 만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교향악단인 뉴욕필 비올라 수석 신시아 펠프스와 첼리스트 구도 스미레,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지스켈이 최근 브루클린의 한 공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트리오 공연을 펼쳤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 열린 이 공연에서 연주자들은 뉴욕필이 현대 미국 작곡가인 카를로스 사이먼에게 위탁한 ‘루프’를 초연했다.
오케스트라가 이처럼 공연장이 아닌 길거리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공연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올해 가을까지 공연을 전부 취소한 뉴욕필이 뉴욕 시민들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뉴욕필은 “우리 뮤지션들, 그들의 삶은 여전히 음악을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사람들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능력에서 완전히 단절됐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이 링컨센터에 올 수 없다면 음악을 직접 전달하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연주자들은 야외공연의 변수들을 만나면서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연주가 무르익을 무렵 그들을 지나던 한 자동차가 남미의 댄스 음악을 크게 틀어 분위기를 깼고, 부슬비가 내려 연주를 방해하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지스켈은 혼잡했던 주변 상황이 연주에 더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이후 공연을 잠정 중단한 뉴욕필은 향후 ‘뉴욕필 밴드왜건’이라는 타이틀 아래 교향악단 소속 연주자들을 픽업트럭에 태워 뉴욕시 곳곳에서 버스킹 연주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