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에서 환갑잔치를 한다는 소리를 도통 들은 적이 없다. 환갑을 장수의 본보기로 여겨 온 동네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였던 게 엊그젠데 시나브로 환갑은 어디 가서 노인 대접도 못 받는 나이가 됐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교수는 고령·초고령사회를 넘어 영생불멸의 인간, 호모 데우스 시대의 도래를 얘기하는 마당이니 자연스러운 시대 흐름이다.
노인의 개념은 상대적이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엔 환갑을 넘긴 이보다 그 전에 생을 마감한 이가 많았다. 억울하게 죽은 단종을 제외한 조선 임금 26명의 평균 수명이 47세에 불과했으니 조선시대엔 50대가 ‘뒷방사람’ 취급받는 일이 비일비재했을 것 같다. 당나라 시인 두보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했다. 사람이 일흔까지 사는 건 예로부터 드물었는데 지금은 아주 흔한 일이다.
정부가 경로우대제도 적용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기준을 새롭게 정할 필요성이 생겼다. 고령인구 증가 속도에 따라 가파르게 늘어나는 노인복지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이 크다. 2017년 노인 실태조사 결과 노인 연령 기준을 70~74세로 하자고 응답한 사람이 59.4%로 가장 많았다.
조선시대에도 경로우대제도가 있었다. 목민심서 애민육조 편에 양로(養老)에 관한 언급이 있다. “양로의 예를 폐지하면 백성이 효도할 줄 모르게 되니 목민관은 이를 거행해야 한다. (양로의 예는) 재력이 부족할 때 거행하는 것이므로 범위를 넓혀서는 안 된다. 80세 이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정2품 이상 문관의 경우 일정 나이에 이르면 기로소(耆老所)에 입소하게 해 우대했는데 그 기준이 70세였다. 당시 평균수명에 비춰볼 때 극히 적은 수의 초고령 노인에게만 혜택을 준 셈이다.
현재는 65세가 되면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등의 여러 혜택이 주어진다. 사회 정서상 경로우대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게 맞는데 과연 정부가 줬던 걸 다시 빼앗는 짓을 할 뚝심이 있을까.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