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대학에서 군 복무를 하며 장교들이 얼마나 공부를 많이 하는지 엿봤다. 사실 깜짝 놀랐다. 군인들은 훈련만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시험 기간이면 장교 아파트에 불이 꺼지지 않았다. 밤새워 공부했다.
병과 별 교육과정도 반드시 이수해야 했다. 각급 지휘관마다 별도의 교육도 받아야 했다. 장군도 예외가 없었다. 장교들은 전역할 때까지 수많은 교육과정을 반드시 이수해야 했다.
이걸 보면서 깨달은 게 많았다. 과연 목사들도 이렇게 공부할까. 교인들도 이렇게 훈련할까. 교회 관리집사를 하신 어머니 덕분에 교회에 살면서도 교인과 목회자들이 치열하게 공부하는 걸 본 기억이 없었다.
거룩한빛광성교회를 개척하면서 교인을 위한 평생교육 과정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위해 부교역자들도 공부하도록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부목사들은 반드시 성경공부반을 개설한 뒤 교인을 가르치도록 했다. 이게 전통이 됐다. 수강 신청을 한 교인이 5명을 넘지 않으면 폐강시켰다. 고품질 성경공부반을 개설하라는 취지에서였다. 부목사들이 개설하는 성경공부반은 1년에 8개월씩 운영했다. 나머지 4개월은 방학이었다. 이때도 쉬지 않고 특강을 개설했다.
외부 선교단체의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보통 목사들은 교인들이 외부 선교단체에 출입하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는다. 교인들이 선교단체에 빠져 교회 봉사를 등한시하는 걸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이들이 교회 안에 들어와 선교훈련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예수전도단과 조이의 선교 훈련 프로그램이 좋았다. 이들도 교회 안에 선교 훈련을 위한 공부반을 개설했다. 우리나라 교회에서 이런 사례는 없다.
“교회 안에 선교단체가 들어오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교인들이 교회에서 봉사하지 않고 선교단체에서만 일하면 어떻게 하려고 하십니까.” 당회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내 생각은 달랐다. 평신도를 훈련하는 이유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기 위해서다.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도 하나님 나라 백성이고, 외부 선교단체에서 활동해도 하나님 나라 백성 아닌가.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디에 뿌리를 내리든 하나님 나라 백성이다. 목사의 소망은 언제나 하나님 나라에 둬야 한다. 그 꿈을 이루는 일이라면 작은 희생을 감수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훈련받은 교인들의 신앙은 더 단단해졌다. 결과적으로 유익한 게 더 많았다.
교인을 훈련시키는 일과 함께 개척 초기부터 심혈을 기울인 일이 있다. 교회 표준정관을 만드는 일이었다. 당시 어떤 교회도 시도하지 않던 일이었다. 정관의 핵심은 담임목사의 65세 은퇴와 원로목사제 폐지였다. 담임목사인 나부터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정관에 담고 싶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