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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번홀 극적 칩인 이글… ‘메이저 연못’에 풍덩

이미림이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컨트리클럽에서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 대회로 열린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한 뒤 대회의 전통에 따라 포피스 연못으로 뛰어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지막 18번 홀. 기준타수 5타에 거리 531야드(486m)인 이곳에서 이미림(30)의 세컨드샷이 그린을 벗어나 담장 앞으로 떨어졌다. 바로 뒤 ‘챔피언 조’에서 마지막 홀만을 남긴 단독 선두 넬리 코다(22·미국)의 중간 합계는 15언더파. 이미림은 2타 차이로 뒤처진 13언더파였다. 단 한 번의 샷으로 이글에 성공해야 코다와 동타를 이뤄 연장 승부가 가능했다. 공이 놓인 지점에서 홀컵까지 거리는 10m가 넘었고, 내리막 경사였다. 잘못 치면 공은 빠르게 굴러 홀컵을 지나갈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미림은 과감했다. 이미 6번·16번 홀(파4)에서 칩인으로 버디를 낚았던 이미림이다. 덤덤한 표정으로 시도한 세 번째 칩인을 허리 높이로 띄워 쳤다. 이 공은 그린 위에서 두 차례 바닥을 튀더니 빠르게 굴러갔고, 깃대를 때리면서 홀컵 안에 빨려들었다. 코다를 동타로 추격한 칩인 이글. 그야말로 기적에 가까운 샷이었다.

우승을 눈앞에 뒀던 코다가 이미림 다음에 들어간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놓쳐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여기에 1타 차 2위였던 핸더슨이 18번 홀 버디를 잡으며 3명의 연장 승부가 이어졌다. 정규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기세를 탄 이미림은 같은 홀에서 이어진 연장전에서 2m 남짓한 버디 퍼트를 잡고 우승을 확정했다.

이미림이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 미션힐스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ANA 인스피레이션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코다·브룩 헨더슨(캐나다)과 함께 공동 1위로 정규 라운드를 마친 뒤 연장 18번 홀(파5)에서 유일하게 버디를 낚아 우승 상금 46만5000달러(약 5억5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이날 승리로 이미림은 2020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두 번째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이미림의 투어 통산 4승. 2017년 3월 KIA 클래식 이후 3년 6개월 만에 투어 정상을 탈환했다. 2014년 LPGA 투어로 데뷔한 뒤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를 정복하는 겹경사를 맞았다.

이미림은 이날 세 차례나 칩인에 성공하는 진기록을 썼다. 6번 홀(파4) 그린 주변 오르막 경사와 16번 홀(파4) 약 25m 거리에서 칩인으로 버디에 성공했다. 그저 행운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집중력을 발휘한 셈이다.

이미림은 경기를 마친 뒤 “지금까지 하루 2차례 칩샷에 성공한 적이 있지만 3차례는 없었다.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을 생각으로 친 칩샷이 들어가 놀랐다”며 “많이 생각하지 않고 평소처럼 경기한 것이 우승 요인”이라고 자평했다. 이미림은 우승자가 연못에 뛰어드는 ANA 인스피레이션의 전통에 따라 캐디와 함께 입수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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