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 마지막 5세트 타이브레이크 7-6 상황. 알렉산더 츠베레프(23·7위·독일)의 백핸드 샷이 좌측 라인을 벗어나자 리드하고 있던 도미니크 팀(27·3위·오스트리아)이 코트 위에 드러누웠다. 그리곤 감격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허벅지 안쪽 근육 통증 속에서 4시간1분의 혈투 끝에 이뤄낸 우승으로 메이저 결승 도전 4번째만이었다.
팀은 1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마지막 날 결승에서 츠베레프를 3대 2(2-6 4-6 6-4 6-3 7-6<8-6>)로 누르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 상금은 300만달러(약 35억6000만원).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가 실격으로,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우려로,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가 부상으로 낙마한 이번 대회에서 팀은 ‘빅3’를 잇는 차세대 스타로 우뚝 섰다. ‘빅3’ 이외의 선수가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린 건 2016년 스탄 바브링카(US오픈 우승)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2011년 프로 데뷔 이후 10년 동안 3차례(2018~2019 프랑스오픈·2020 호주오픈)나 메이저 단식 결승에 오르고도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던 팀은 이로써 현역 20대 선수로서는 유일하게 메이저 챔피언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 오스트리아 선수가 US오픈을 우승한 것도 이 대회 140년 역사상 처음이다.
팀은 이날 츠베레프의 강서브(에이스 15-8)에 고전하며 첫 두 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3세트부터 츠베레프의 체력이 떨어지며 서브와 리시브가 모두 무뎌지자 팀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츠베레프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는 등 주도권을 되찾아와 길었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US오픈 결승에서 첫 두 세트를 내주고도 역전 우승한 사례는 1949년 판초 곤잘레스(미국) 이후 71년 만이다.
팀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경기 내내 엄청난 압박감과 감정들이 몰아쳤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면서 “메이저 결승 코트에 머물며 (승리를) 계속 확신하는 건 어렵지만, 난 해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