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 ‘세상 모두 사랑 없어’ 503장(통 373)
신앙고백 : 사도신경
본문 : 룻기 2장 1~16절
말씀 : 소설가 황석영씨가 쓴 ‘철도원 삼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숙이 누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입니다. 아버지는 공사판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먹고살 길이 막막했습니다. 누나와 어머니는 한밤중에 남들이 다 거두어간 고구마밭에 찾아갔습니다. 더듬거리면서 호미로 흙을 파헤치면 고구마가 몇 알씩 따라 나왔습니다. 그렇게 밤새도록 땅을 파서 한 가마니 정도 캤습니다. 한 끼를 고구마로 때우면 겨울 한 달 식량의 절반은 너끈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고구마밭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당신네, 남의 밭에서 뭐 하는 거요?” 어머니는 통사정했지만 주인은 막무가내로 어머니가 캔 고구마 가마니를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누나와 어머니는 저녁도 못 먹고 고구마까지 뺏겨서 맥이 탁 풀린 채 집에 돌아왔습니다. 어머니는 문 앞에 주저앉더니 꺼이꺼이 울면서 부르짖었습니다. “같이 좀 살자, 이 못된 것들아, 같이 좀 살아.”
룻기에서 이방 여인 룻은 남의 밭에 들어가서 보리 이삭을 줍습니다. 보리밭 주인 보아스가 낯선 여인을 보고 누구냐고 묻습니다. 일꾼들은 룻이 나오미의 며느리라고 말합니다. 만약 보아스가 고구마밭 주인처럼 인심 사나운 사람이었다면 당장 룻의 보릿자루를 빼앗았을지도 모릅니다. 룻을 자기 밭에서 쫓아내고 다시는 밭 근처에 얼씬 못하게 했을지도 모릅니다. 빈손으로 돌아온 룻을 보고 시어머니 나오미는 룻을 부둥켜안고 울면서 이렇게 외쳤을지도 모릅니다.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아, 같이 좀 살자.”
다행히 보아스는 룻을 밭에서 쫓아내지 않습니다. 쫓아내기는커녕 다른 밭에 가지 말고 자기 밭에서 얼마든지 이삭을 주워도 된다고 안심시킵니다. 목이 마르면 일꾼들이 마시는 물을 마시라고 하고 점심때엔 같이 밥 먹자고 권합니다. 일꾼들에게는 젊은 새댁을 집적거리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고 일부러 이삭을 흘리라고 일러줍니다. 보아스는 ‘하나님의 날개 아래 보호받으러 온’ 룻을 기꺼이 맞아주었고(12절) 베들레헴 동네에서 같이 살도록 인심을 베풀었습니다. 보아스는 ‘같이 살려고’ 애쓴 사람입니다. 보릿자루를 가득 채워 집에 온 룻의 가정에서는 보아스에 대한 칭송이 터져 나왔습니다.
룻기는 서글프고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흉년이 들어 고향을 떠나고 타관객지에서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이방 며느리를 데리고 빈털터리로 고향에 돌아와서, 보리 이삭 주운 것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야기는 분명 가슴 아픕니다. 하지만 보아스처럼 같이 살려는 사람이 있었기에 서글픈 이야기는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이야기로 바뀝니다.
코로나19 시대에 같이 살길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 대형마트와 동네상점, 대기업과 중소기업, 집을 세준 이와 세 들어 사는 이, 이들이 같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도 : 하나님, 모든 이들과 같이 사는 지혜를 가르쳐 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주기도문
오종윤 목사(군산 대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