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사진)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모 스타일리스트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연예인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글을 올린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글 말미에 아이린과 관련된 해시태그(#psycho #monster·아이린이 포함된 유닛의 노래 제목)를 달아서 네티즌들은 문제의 인물이 아이린임을 금방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얼마 뒤 아이린과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는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갑질 의혹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아이린이 당사자를 만나서 사과했다고 하나 후폭풍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최초 폭로 글이 게시된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아이린의 평소 태도가 좋지 않았다는 연예계 종사자들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물론 이런 글들은 익명으로 작성됐기에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15년 동안 업계에 몸담으면서 별별 사람을 경험했다는 스타일리스트가 “지옥 같은 20여 분”, “혀로 날리는 칼침” 등의 거친 표현을 써 가며 아이린이 모욕적 언행을 했다고 밝힌 터라 아이린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이미 차가워진 상태다. 그룹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니 탈퇴하라는 팬들의 목소리도 나날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아이돌 그룹을 제작하는 기획사들은 소속 가수들의 인성 교육을 더욱 신경 써야 할 듯하다. 아이돌은 성공에 도취되기 쉽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스타 대열에 들면 가는 곳마다 환호가 터지며, 많은 팬들에게 선물도 받는다. 공연이나 방송 출연을 앞두고 여러 사람이 옆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살피고 챙겨 준다. 항상 극진한 대접이 따르니 이를 당연하게 여긴 나머지 우월감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크다. 그 생각에 자기도 모르게 잠식되면 어느 순간 안하무인격 행동이 나오고 만다. 그릇된 행실은 개인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그룹과 회사에 불이익을 안긴다.

소속사는 아이돌 가수에게 직장 이상의 역할을 해 줘야 하는 곳이다. 많은 아이돌 가수가 대체로 중학생, 빠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기획사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다. 숙식은 회사가 마련한 숙소에서 해결하고, 춤과 노래 실력을 연마하느라 상당 시간을 연습실에서 지낸다. 이렇게 집과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기간이 평균 3년에서 5년이다. 따라서 소속사는 어른, 선생님의 입장에서 사회화가 활발히 진행되는 시기에 놓인 연습생들이나 어린 가수들이 바람직한 행동 양식과 건강한 가치관을 익힐 수 있도록 면밀히 지도해야 한다.

소속사의 교육만큼 개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큰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가수들은 지금의 성공이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님을 인지해야 한다. 본인이 돋보이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매니저, 스타일리스트, 안무가, 댄서 등 여러 관계자의 노고가 언제나 함께 자리한다.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들을 소중한 동료로서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자세를 갖춰야 아이린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범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한동윤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