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중요시 여기는 건 명상하는 시간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명상에 대한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고 있었다. 명상할 시간에 차라리 신나는 음악을 듣는 게 정신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생각이 많은 사람이야말로 멋지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근거 없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어릴 땐 생각이 없는 내가 싫었는데 이제는 생각이 지나치게 많은 내가 싫다. 사소한 사건이나 작은 사물을 보며 생각을 키워나가려 한다.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에 생각하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몸이 아파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을 조금씩 비워나가려고 한다.
명상을 즐기는 한 시인을 만난 뒤로 명상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 그 시인은 시시때때로 말없이 사라지는 사람이다. 식사하다가도 사라지고, 숲을 걷다가도 혼자 샛길로 빠진 뒤 아무 바위에나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한다. 명상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시인의 피부는 참 맑고 투명하다. 젊지 않은 나이임에도 목에 주름이 하나도 없다. 눈빛은 깊다. 살면서 찾아오는 어떤 시련 앞에서도 무덤덤하다. 그런 그가 내게 명상을 권유했다. 생각에 여백을 채워나가며 자신을 길들여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버겁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3분에서 5분 정도는 명상에 제대로 집중하고 있다. 명상 이후에 찾아오는 청아한 기분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명상은 싱잉볼을 이용한 명상이다. 귀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나에게 좋은 명상법이다. 독특한 울림이 귓속을 장악하면서 나를 다독인다. 지금은 저렴한 싱잉볼을 구매해 명상하고 있지만 언젠가 네팔의 유명한 싱잉볼 상점에 가서 좋은 울림을 가진 싱잉볼을 구매해올 생각이다. 예전에 갔을 때 구매해오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 후회되기 시작하니까 다시금 명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후회도 원망도 느낄 수 없는 명상의 세계로 말이다.
이원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