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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흔든 스물두살 임성재

임성재(오른쪽)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을 완주하고 ‘챔피언 조’에서 함께 경기한 우승자 더스틴 존슨과 주먹치기로 인사하고 있다. 임성재는 최종 합계에서 존슨을 5타 차이로 추격한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해 아시아 국적 선수 사상 최초의 준우승을 달성했다. AFP연합뉴스


임성재(22)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아시아 국적 선수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을 달성했다. 걸음마를 떼자마자 장난감 골프채를 휘두르고 놀았던 ‘골프 신동’은 PGA 투어 신인왕에 이어 마스터스 준우승까지 아시아 골프 사상 최초의 이정표를 연달아 세웠다. 임성재와 우승을 경쟁한 남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6·미국)은 생애 처음으로 그린 재킷을 입었다.

임성재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7475야드)에서 열린 제84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캐머런 스미스(27·호주)와 함께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쓰고 공동 2위로 완주했다. 우승자 존슨의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와는 5타 차이이다. 임성재는 생애 처음으로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준우승 상금 101만2000달러(약 11억2000만원)를 손에 넣었다.

임성재는 2018-2019시즌 PGA 투어에 데뷔한 3년차다. 유아 시절에 장난감 골프채를 휘두르며 스윙 폼을 따라하는 아들을 특별하게 여긴 아버지는 일곱 살의 임성재를 골프장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15년 뒤 아시아의 별이 탄생했다.

임성재는 PGA 투어에서도 좀처럼 주눅이 들지 않았다. 매 시즌마다 역사를 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데뷔 시즌에 아시아 국적 선수 사상 최초로 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했고, 지난 시즌 혼다 클래식 우승으로 투어를 정복한 7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올 시즌으로 넘어와서는 아시아 골프 역사에 단 한 번도 없던 마스터스 준우승을 달성했다. 앞서 아시아 국적 선수의 마스터스 최고 성적은 2004년 최경주(50)의 3위다.

임성재의 마스터스 챔피언 조에 속해 경기한 것도 한국 선수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임성재는 라운드 전반부인 2번(파5)·3번(파4)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같은 조에서 경기한 존슨을 압박했다. 존슨은 임성재의 추격에 부담을 느낀 듯 4번(파3)·5번(파4) 홀에서 연달아 보기를 범하며 1타차 추격을 허용했다.

하지만 6번 홀(파3)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임성재는 1m를 조금 넘는 짧은 파 퍼트를 놓쳤고, 존슨은 약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잡아 달아났다. 그 이후로 존슨과 임성재의 간격은 좁아지지 않았다. 존슨은 13~15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임성재는 경기를 마친 뒤 흡족한 표정으로 “첫 출전인 만큼 예선 통과를 목표로 삼았지만, 공동 2위로 마무리했다”며 “존슨은 너무 압도적인 상대”라고 우승자를 치켜세웠다. 임성재는 이번 준우승으로 세계 랭킹을 개인 최고 성적인 18위로 끌어올렸다.

존슨은 20언더파로 우승한 마스터스 사상 최초의 챔피언이 됐다. 앞서 마스터스 사상 최저 우승 스코어는 1997년 타이거 우즈(45) 2015년 조던 스피스(27·이상 미국)가 작성한 18언더파다. 존슨은 우승 상금 207만 달러(약 23억원)와 더불어 투어 통산 24승을 달성했다.

마스터스 2연패에 도전한 우즈는 난코스 오거스타에서도 악명 높은 12번 홀에서 기준타수 3타보다 7타를 더 잃고 헤매는 부진 끝에 최종 합계 1언더파 287타를 쓰고 공동 38위에 머물렀다. 10타는 우즈의 한 홀 최다타로 기록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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