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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이제 백신 접종을 준비할 때다



어느덧 2020년의 마지막 날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로 기록될 코로나19가 공식 보고된 지 31일로 딱 1년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평상시 같으면 새해맞이로 들떠 있을 때인데, 신종 바이러스의 위세에 전 세계가 잔뜩 웅크려 있다.

인류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코로나19에 맞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로 반격을 준비했다. 특히 팬데믹을 끝낼 마지막 희망인 백신은 1년이 채 안 되는 사상 유례없는 속도로 개발돼 세상 빛을 봤다. 몇몇 나라에서 이미 접종에 들어갔다.

국내에선 백신 ‘늑장 확보’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 일각에서 코로나19 초창기 K방역의 환상에 젖어 백신 확보를 미적거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역 당국은 미국 영국 등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나라들과는 입장이 다르며 첫 접종보다 안전한 접종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했다. 틀리지 않는 말이지만 백신 확보 노력이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엊그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모더나 백신을 당초 추진 분량보다 배가량 많이 공급받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로써 전 국민이 맞고도 남을 총 5600만명 분량의 백신을 확보했다. 국민 불안이 조금은 덜어질 듯하다. 정부 발표대로만 된다면 2월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을 시작으로 확보된 백신의 순차 접종이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백신 확보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백신 도입 일정이 어느 정도 가시화됐으니 앞으로 신속한 접종과 목표 접종률(60~70%) 달성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지금 같은 끔찍한 겨울을 또다시 맞지 않으려면 내년 10월 전까지는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집단면역을 이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런데 백신 접종 국가들에서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접종을 개시한 미국의 접종률이 당초 목표치의 10% 수준에 그치는 등 속도를 못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영국은 변이 바이러스 암초에 부딪혔다. 현재까진 변이 바이러스가 개발된 백신의 효과를 무력화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으나 실제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이보다 악성인 변이나 변이 수준을 넘는 변종이 등장해 백신에 내성을 보일 수 있어 불안은 여전하다. 독일에선 화이자 백신 운송 과정에서 보관 온도를 맞추지 못해 접종 연기 상황이 빚어졌다. 이스라엘에선 백신을 맞은 70대와 80대 노인이 잇따라 숨지기도 했다.

백신 접종 전인 한국이 이들 나라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앞서 우리는 독감 백신 불신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급선무는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보다 세세히 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이다. 정부가 의료인, 요양시설 및 요양병원 입소자 등 큰 줄기의 우선순위를 밝혔지만 국민 설득을 위해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 청구나 건강검진 자료를 바탕으로 감염과 중증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파악해 국민 개인별 코로나19 위험도를 산출하고 그에 맞게 접종 시기를 알리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겠다. 확보한 백신별로 유통·보관·접종 방법이 다르니 그에 맞는 시설과 장비 확충, 접종 인력 확보 및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고 필요시 모의훈련을 해야 할 것이다. 접종 예약과 이상반응 모니터링 체계의 구축도 필요하다. 아울러 백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대국민 설득이나 언론 대응 방안도 점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 예방의학 전문가는 “마지막 위기는 백신 접종 직전에 온다”고 했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 3차 대유행을 잘 넘겨야 접종 준비 시간을 벌 수 있다. 정부가 밝힌 첫 접종 시점인 2월까지는 한 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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